6월 13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우리에게 그림자는?

프랑스 태생의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Adelbert von Chamisso, 1781-1838)가 쓴 『그림자를 판 사나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주인공 페터 슐레밀(Peter Schlemihl)은 어느 부유한 상인의 사교장에 나갔다가 그곳에서 회색빛의 옷을 걸친 사나이를 만나게 되고, ‘그림자를 팔라’는 희한한 제안을 받게 됩니다. ‘자신에게 그림자를 팔면 그 대가로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꺼낼 수 있는 행운의 주머니를 주겠다’는 것입니다. 행운의 주머니가 탐이 났던 슐레밀은 악마의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는 그림자가 없는 인생을 살게 됩니다. 처음에는 금화가 무한대로 나오는 주머니로 인해 기뻤지만, 그림자가 없는 그를 세상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직 그의 충직한 하인 벤델만이 그를 따뜻하게 감싸며 보호해 줍니다. 그는 하인 벤델의 도움으로 한 마을에 정착하여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까지 생각했으나, 결국 마을 사람들에게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이 발각되면서 마을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그 때 다시 악마가 나타나 이번에는 ‘영혼을 자신에게 준다면 그림자를 돌려주겠다’고 제안합니다. 그러나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그림자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깨달은 그는 고심 끝에 악마의 제안을 거부하고, 악마에게서 받은 주머니를 던져버린 후 길에서 만난 상인에게서 장화를 구해 도망을 칩니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그 장화는 마법의 장화로, 한걸음에 동서양을 뛰어넘을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그는 동서양을 건너다니며 생물을 탐구하는 생물학자가 됩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면서도 어리석은 선택을 했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그의 절친한 친구인 샤미소에게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깁니다. “사랑하는 친구 샤미소, 나의 환상적인 이야기를 간직해 줄 사람으로 나는 자네를 선택했네... 친구여, 자네가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그림자를 중시하는 법을 배우게나. 돈은 그 다음일세. 오로지 자네와 자네의 더 나은 자아를 위해서만 살고 싶다면, 오, 자네에게는 아무 충고도 필요 없네.”

여러분, 우리 인간은 자신에게 있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때까지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깨닫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어쩌면 샤미소가 이 책에서 우리에게 경고해 주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일 것입니다. 샤미소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에는 산업혁명이 있습니다. 18세기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작가가 살았던 19세기 초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람들은 산업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부의 성장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그는 우리가 평소에는 잘 인지하지 못하던 그림자를 잃어버렸을 때 찾아온 인간적 불행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어줍니다.

우리 인간에게 돈이나 부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얻기 위해서 무던히도 애를 씁니다. 그런 과정에서 악마와의 위험한 거래를 통해 정말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황금에 눈이 멀어서 말입니다. 그러나 정말 소중한 것들은 우리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평범한 것들일 수 있습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 슐레밀이 마지막 편지에서 쓴 것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그림자를 중시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그 그림자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살고 있지만, 그것을 잃어버리는 순간 많은 것을 잃게 만드는 그림자. 어쩌면 그게 가정이고, 그게 인간관계이고, 그게 우리의 목자이신 예수님, 우리의 보혜사이신 성령님이 아니까요. 오늘 하루도 우리의 그림자를 소중하게 여기며, 헛된 것에 마음 빼앗기지 않는 삶을 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