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우리 교회는?

미국의 미래교회학자 레너드 스윗(Leonard Sweet, 1961-) 교수는 교회의 변화 과정을 ‘M’자로 시작하는 네 개의 단어로 설명합니다. 첫 번째 M은 Mission Church(선교적 교회)입니다. 사명 중심으로 운영되는 건강한 교회로, 교회 본연의 목적인 하나님께 예배하고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기 위해 교회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교회를 말합니다. 교회가 교회됨의 사명을 감당하는 일에 최우선적 관심을 기울입니다.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교회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교회는 Ministry Church(목양적 교회)로 변해갑니다. 첫 번째 교회의 모습이 굉장히 역동적이고 유기적으로 본질을 추구하는 교회라고 한다면, 이 두 번째인 목양적 교회는 역동성과 유기적인 모습을 사라지고 일 중심, 사역 중심, 그래서 행정조직이 점점 중요해지는 교회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뭔가를 하려면 조직을 만들고, 규칙을 앞세우면서 성령의 임재와 역사보다는 행정능력이 교회의 중심을 이루게 됩니다. 세 번째 교회의 모습은 Maintenance Church(유지하는 교회)입니다. 행정 중심적이고 사역 중심적인 교회가 시간이 흐르면서 현상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는 교회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교회의 특징은 새날에 대한 희망이나 설렘보다는 지난날에 대한 향수가 교회 분위기를 만들어갑니다. ‘옛날에는 이랬는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앞으로 전진하지 못합니다. 그런 교회가 지속되면 결국 교회는 Museum Church(박물관 교회)가 되고 맙니다. 굳어져버린 교회, 생명도 없고, 열정도 없고, 뜨겁게 찬양하고 기도하는 것도 낯섭니다. 헌신하고 순종하는 교인들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교회 안에 역사적 유물과 장식품들로 가득 차 있어, 마치 박물관처럼 되어버립니다. 오늘날 많은 유럽의 교회와 성당들이 관광지가 되고, 관광수입으로 교회를 유지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 네 번째인 뮤지엄 교회의 모습입니다. 그렇게 되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나 모든 유기체가 본질적 사명을 잃어버리면 조직화되고 형식이 중시되면서 자연스럽게 목양적 교회와 유지하는 교회를 거쳐 결국에는 박물관 교회가 되고 맙니다.

여러분, 우리 교회는 내일 창립 69주년을 맞습니다. 창림기념주일을 앞두고 우리 교회의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다. 우리 교회는 과연 어느 단계에 서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교회는 계속해서 개혁되어야 합니다. 그게 종교개혁자들이 줄기차게 외쳤던 말입니다.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개혁되지 않으면 교회는 중세의 교회들처럼 경직되고 사무중심적이 되면서 유지하는 교회를 거쳐 박물관 교회가 되고 맙니다.

요한계시록 2-3장에 나오는 소아시아 일곱 교회의 모습은 교회가 처한 상황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내세울만한 것이 없을지라도, 오히려 환난과 궁핍한 여건 속에 있으면서도 죽도록 충성하는 서머나 교회가 있는가 하면, 사역을 위해 수고하고 인내하면서 교회를 세웠나갔고 거짓 선지자들의 위협에서 교회를 지켜나갔지만 ‘처음 사랑’을 버렸다고 책망받은 에베소교회도 있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것 같고, 자기들 스스로도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계 3:17)고 자부했지만 마치 벌거벗은 것처럼 수치만 남아 있던 라오디게아 교회도 있었습니다.

여러분, 우리와 우리 교회는 주님께로부터 칭찬받는 모습일까요? 아니면 주님이 바라보시면서 안타까워하시는 모습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주님이 책망하시는 모습일까요? 창립기념주일을 앞두고 우리 교회가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감당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크고 화려함을 추구하지 말고, 주님의 사랑에 사로잡혀 그 사랑에 감동함으로 주님을 닮아가기에 힘쓰는 우리 교회와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