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하나님의 선물인 지성

나치 독일의 제2대 부총리를 역임했던 헤르만 괴링(Hermann Göring, 1893-1946)이란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에 이어 제국의 공식적인 2인자 자리까지 갔었지만, 전쟁 말기 히틀러의 죽음을 예견하고 2인자인 자신에게 최고지도자의 자리인 퓌러(Führer) 자리를 요구함으로 히틀러에게 배신자로 찍혀 모든 직책에서 해임되고 말았습니다. 전쟁에서 패한 후에는 미군 장교에게 항복하여, 전쟁범죄자로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았습니다. 그 때 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국민이 목소리를 내든 말든, 지도자는 언제든 국민을 따라오게 만들 수 있다. 그건 쉬운 일이다. 지금 국가가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고 국민들에게 얘기하고, 평화를 부르짖는 자들은 애국심이 없고 국가를 위험한 지경에 빠트리고 있는 자들이라고 매도하기만 하면 된다. 어느 나라에서든 이 전략은 통하게 되어 있다.”

그는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자 군인의 전통적인 사형 방법인 총살형으로 집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당시 교수형은 군인들에게 가장 불명예스러운 방식이었기에, 자신은 죽더라도 총살형으로 군인답게 최후를 맞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판결은 그의 청원과는 반대로 가장 모욕적이고 불명에스러운 교수형에 처해졌고, 그는 교수형 집행 하루 전날 몰래 입수한 청산가리 캡슐을 씹어 자살함으로 그의 생은 마감되었습니다.

괴링이 재판 중에 한 위의 말은 인간의 지성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세를 넘어 르네상스를 기점으로 시작된 계몽주의 사상은 우리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놀라운지를 드러내는 데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계몽주의가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역사가 발전한다는 낭만주의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그런 인간의 이성이 만들어낸 끔찍한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맙니다. 제1,2차 세계대전이 그것입니다. 신에 지배받지 않고 인간의 이성이 역사를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어왔던 유럽의 현주소는 괴링의 말에서 절망을 경험하게 합니다. ‘지도자가 공포를 조성하면 아무리 이성적 인간이라 하더라도 그 말에 현혹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통해서 말입니다.

인간의 지성이 학문을 발전시켰고, 과학과 문명을 최첨단화시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목적을 잃어버린 인간 이성은 역사 속에 비극을 만들어내곤 했습니다. 인간 지성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목적은 창조자의 섭리를 따르는 것입니다. 그것에 목적을 두어야 우리 스스로 비극의 소용돌이 속으로 침몰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전도자가 말한 것처럼 인간의 참된 목적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분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전 12:13)

그런데 우리 인간은 그 지성을 하나님의 자리를 노리는데 사용해 왔습니다. 에덴동산에서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을 때부터 말입니다. 히틀러가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여 독일 국민들의 집단지성을 마비시키고 자신이 하나님의 자리에 오르려는 헛된 야망에 굴복시킨 것도 그 한 예입니다. 오늘도 우리의 지성을 마비시켜 자신의 종으로 굴복시키려는 유혹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유혹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것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자기중심적인 사고, 자기 중심적인 야망의 틀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자기를 부인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지성을 주신 것은 큰 선물입니다. 그것으로 죄의 종노릇하는 헛된 것을 추구하지 말고, 무엇이 하나님의 뜻인지를 분별하는데 사용하며 사십시다. 오늘 하루도 바른 생각을 가지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바르게 판단하며 하루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