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월요일) 아침의 묵상 – 의탁하는 믿음과 기도

  ‘사막의 성자’라고 불리는 프랑스 출신의 수도자 샤를 드 푸코(Charles de Foucauld, 1858-1916)는 1858년 명망 있는 귀족이자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그가 6살이던 해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고아가 된 그는 여동생과 함께 할머니에게 맡겨지는 등 힘든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후 육군사관학교를 거쳐 장교생활을 하던 중 할아버지가 그에게 많은 유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자, 그는 물려받은 재산으로 방탕하게 살다가 군인 계급장을 박탈당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정신을 가다듬고 모로코와 사하라 사막 등을 탐험했고, 28세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신앙에 귀의하여 은수자로서의 자신의 사명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43세가 되어 사제로 서품을 받고, 수많은 사람들이 영적인 가난 속에 살고 있는 사하라 사막으로 들어가 은수자로 살아갑니다. 사막 가운데 있는 은수처로 들어갔지만, 그는 그 지역의 무슬림 부족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그들의 종교와 문화를 존중하며 원주민들의 좋은 이웃으로 살아갑니다. 안타깝게도 알제리 남부에 있는 투아레그족들과 함께 생활하던 중, 1916년에 일어난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반대하는 원주민들의 봉기가 일어났을 때 총에 맞아 순교하였습니다. 샤를 드 푸코의 ‘의탁의 기도’는 우리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잘 가르쳐준 기도의 모범 중에 하나입니다. “아버지! 이 몸을 당신께 바치오니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저를 어떻게 하시든지 감사드릴 뿐 저는 무엇에나 준비되어 있고, 무엇이나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버지의 뜻이 저와 모든 피조물 위에 이루어진다면 이 밖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제 영혼을 당신 손에 도로 드립니다. 당신을 사랑하옵기에 이 마음의 사랑을 다 하여 하나님께 제 영혼을 바치옵니다. 당신은 제 아버지이시기에 끝없이 믿으며, 남김없이 이 몸을 드리고, 당신 손에 맡기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저의 사랑입니다.”

  이렇게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저를 주님께 바쳤으니, 저를 어디에 쓰시든지 저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주님을 향한 전적인 헌신이며 신뢰입니다. 하나님께서 뭔가를 하실 때 때론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당신의 뜻을 이뤄가기도 하십니다. 그럴지라도 ‘주님을 사랑하기에 주님을 신뢰하고, 주님을 신뢰하기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나를 드립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것이 참된 믿음입니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다니엘을 통해서, 그리고 그의 세 친구인 하나냐, 미사엘, 아사랴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왕 외에 어떤 신에게도 기도해서는 안 된다는 왕의 조서가 내려졌음에도, 그 조서를 어기면 사자 굴에 던져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니엘은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냐, 미사엘, 아사랴는 두라 평지에 세워진 금신상에 절하지 않으면 풀무불에 던져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절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건져주실 것이고, 그렇지 않으신다 하더라도 절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며 말입니다. 사자굴에서 건져주시든 아니면 사자의 밥이 되게 하시든, 풀무불에서 건져주시든 아니면 불에 타 죽게 되든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 믿음의 근간에 하나님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러분, 우리에게도 그런 믿음을 갖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오늘 하루를 시작하십시다. 하나님께서 나를 어디에 쓰시든지 준비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믿음이 되기 위해서는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을 신뢰하고 주님께 의탁하는 믿음이어야 합니다. 그 믿음이 조금이라도 우리 마음과 영혼 한 구석에서 움이 돋고 커져가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