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다모클레스의 검’(Sword of Damocles)

‘다모클레스의 검’(Sword of Damocles)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은 위기와 불안 속에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그 말의 유래가 있습니다. 다모클레스(Damocles)는 주전 4세기 경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참주(僭主)였던 디오니시오스 2세(Dionysios Ⅱ)의 측근이었습니다. 그는 왕의 자리를 부러워하면서도 왕의 역할이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하고 다녔습니다. 왕의 행복을 터무니없이 과장하여 떠들어대는 그의 생각을 깨우쳐주기 위해서 어느 날 디오니시오스는 다모클레스를 호화로운 연회에 초대했습니다. 그리곤 그를 왕좌에 앉게 했습니다. 그 왕좌 위에는 한 올의 말총에 날카로운 칼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매달려 있는 칼 아래에서 그는 불안과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왕의 자리가 늘 그렇게 불안과 위기를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의 자리임을 암시한 것이었습니다. 참주(僭主)란 정상적으로 왕위를 계승하지 못하고, 비합법적으로 정권을 장악한 권위주의적 지배자를 말합니다. 디오니시오스는 자신이 비합법적으로 정권을 장악했고, 온갖 사치와 특권을 누리고 있었기에 언제 반란이 일어나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지 모르는 불안 가운데 있었던 것입니다. 이 일화는 로마의 명연설가인 키케로(Cicero, BC 106-43)가 인용하면서 유명해졌고, 이후 위기의 상황을 강조할 때 ‘다모클레스의 검’이라는 말이 속담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화려하게 보이는 곳일수록 암울한 뒷풍경이 있습니다. 아무런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남들에게 보여지지 않는 그만의 공허함이 있습니다. 아무리 행복한 웃음을 짓고 사는 이라 할지라도,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을 끌어안고 살고 있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높은 자리는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이 주어져 있습니다. 물론 막중한 책임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책임만큼이나 불안과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Shakespeare, 1564-1616)가 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디어야 한다.’

여러분, 지금 우리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루를 시작하면서 흥겨운 콧노래보다는 삶의 무게 때문에 한숨을 내 쉬진 않으셨습니까? 우리가 감당해야 할 적당한 무게가 있다는 것이 어쩌면 우리로 오늘을 살아갈 활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유한한 우리 인간은 늘 불안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잘 나가던 길이 어느 순간 막힐 수도 있고, 지금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성경은 우리에게 ‘그 불안과 두려움을 하나님께 맡기라.’고 가르쳐줍니다. 우리 인간이 감당해내기 힘든 삶의 문제는 내 지혜나 내 힘으로 극복해내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왕관의 무게를 버텨내는 자리만 불안한 게 아닙니다. 우리는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살아갑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Kierkegaard, 1813-1855)는 인간의 실존 자체가 불안이라고 말합니다. 죄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은 불안에서 해방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아담은 죄를 짓기 이전부터 불안을 끌어안고 살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불안은 우리가 죄에서 벗어나 구원을 열망하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불안하기 때문에 하나님을 더욱 신뢰하게 되고, 우리 인간 스스로 그것을 해결할 수 없어 하나님을 찾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의 삶에 불안이 찾아오거든 하나님을 신뢰하라는 사인으로 알고, 하나님을 더욱 붙잡고 사십시다. 그리고 우리에게 맡겨진 삶을 감당함에 있어 더욱 책임감을 갖고 사십시다. 다모클레스의 검은 우리로 책임감뿐만 아니라 불안 속에서 주님을 의지하는 것만이 희망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