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8일 (화요일) 아침의 묵상 – 발을 씻어준다는 것은.

윌리엄 부스(William Booth, 1829-1912)가 영국에서 구세군을 창설하여 명성을 얻게 되자, 세계 도처에서 구세군에 입대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사무엘 브렝글(Samuel Rogan Brengle, 1860-1936)이란 사람도 있었습니다. 브렝글은 보스턴 신학교를 졸업하고 감리교회의 순회설교자로 활동하다가 미국에서 가장 큰 감리교회에서 목회해 달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구세군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 제안을 거절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윌리엄 부스를 찾아간 것입니다. 윌리엄 부스는 브렝글에게 다른 훈련병의 군화를 닦는 일부터 시켰습니다. 브렝글은 그것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내가 기껏 군화나 닦기 위해서 대서양을 건너왔단 말인가?”라고 불평했습니다. 그 때 환상 중에 거칠고 무식한 어부들의 더려운 발을 씻기려고 무릎을 꿇고 계신 예수님을 보게 됩니다. 그리곤 크게 깨닫고 이렇게 다짐하게 됩니다. “만왕의 왕이신 주님께서 무릎까지 꿇고 그들의 발을 친히 씻기셨군요. 그렇다면 이제 저도 그들의 군화를 닦겠습니다.” 그 후 브렝글은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더러운 군화를 닦으며 청지기의 사명을 깨닫고 섬김의 도를 실천하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미국 최초의 구세군 감독관이 되었습니다.

브렝글은 이렇게 말합니다. “리더십이란 승진에 의해서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기도와 눈물로 얻어지는 것이다. 죄를 고백하고 하나님 앞에서 충분히 자기의 마음을 살피며 자신을 포기하고 모든 우상에게서 떠나는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으며 불평 없이 십자가를 지고 영원히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흔들림 없이 바라봄으로 성취되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리더십은 어떤 자리에 있다고 해서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와 눈물로 얻어지는 것입니다. 기도와 눈물로 얻어진다는 것은 우리의 끊임없는 희생과 섬김, 그리고 낮아지는 겸손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란 말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셨습니다. 당시 문화에서 그것은 종이 주인을 위해서, 그리고 제자가 스승을 위해서 하는 행위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주님이시면서, 그리고 스승이시면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는 것이 옳으니라.”(요 13:14) 주님을 본받아 살아가야 할 우리들은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듯이 섬김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누군가의 발을 씻어주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누군가 앞에 나를 내려놓고 무릎을 꿇는 자세로 섬기는 것이 우리 신앙인의 모습이어야 합니다.

오늘날에도 그렇거니와 특별히 고대사회에서 발은 가장 더러운 곳이라 여겼습니다. 요즘과 같이 좋은 신발이 없던 시절에 발에는 온갖 먼지와 오물이 묻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듯 누군가의 허물이나 실수나 부족함까지도 귀하게 여기며 씻어주시는 분이 주님이시고, 우리는 그런 주님을 본받아야 합니다. 남의 허물이나 약점을 들춰내고 지적하고, 심지어 그런 약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 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라도, 우리는 허물을 감싸주고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에게서 허물이 발견되거든 그것을 들춰내려 하기보단 감싸주고 격려하며 사십시다. 그것이 그의 발을 씻어주는 것입니다. 부족함이 보이는 사람이라면 그의 부족함을 내가 조금이나마 메꾸어주거나, 그 부족함이 채워지길 위해 기도하십시다. 그것이 우리 신앙인이 살아가야 할 삶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허물이나 부족함에 그리하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도 조금이나마 주님을 닮아가는 복된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