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수요일) 아침의 묵상 – 배려한다는 것

한 농부가 있었습니다. 그는 집 밖에서 일을 할 때면 수시로 휘파람을 불며 일을 했습니다. 어느 날 이웃에 새로 이사 온 남자가 늘 휘파람을 불며 일을 하는 그 농부를 보고는 궁금하여 물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일하실 때 즐겁게 휘파람을 불던데, 무슨 일이 그렇게 즐거우신지요?” 그러자 농부는 그를 집으로 안내했습니다. 집에 들어가 보니 농부의 아내가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농부는 남자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제가 항상 휘파람을 불면서 일하는 이유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내가 저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제가 휘파람을 불어야만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고,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휘파람은 제가 아내 곁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지요.”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대답할 수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배려’입니다. 그럼 배려란 무엇일까요? 사전적인 의미로는 ‘남을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는 마음 씀’입니다. 즉 배려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나의 감정을 조절하고 그에게 도움이 되는 뭔가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 배려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누군가를 배려한다고 하는데 상대방이 ‘그가 나를 존중하는구나!’라고 느끼지 않는다면 그건 배려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날이 어둑컴컴해지는 저녁녘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손에는 등불을 들고 우물가에서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를 본 누군가가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은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왜 힘들게 등불을 들고 다니십니까?” 그러자 시각장애인이 대답합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 그럽니다.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이지요.” 이 이야기는 인도의 영적 스승이라고 하는 바바하리다스(Baba Hari Dass, 1923-2018)가 쓴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시각장애인은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낮이든 밤이든 등불을 들고 다닌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이 혹 자신과 부딪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불편하지만 등불을 들고 다닌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배려에는 나의 희생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내 주장대로 하지 않고 상대를 먼저 생각하기에 내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이나 마음의 욕구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때로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던 것까지도 내려놓아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선교의 역사에서 그런 배려가 없는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선교라고 하면서 자신들의 기독교 문화를 강요하고, 피선교지의 문화나 사람들을 미개한 것으로 무시했습니다. 그 결과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했던 아프리카나 아시아 지역에서 오히려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배려가 없는 선교정책의 결과입니다.

룻기에 나오는 보아스가 룻에게 보인 태도는 배려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난한 과부인 룻이 남의 밭에 가서 이삭을 주어 시어머니와 살아야 하는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 보아스는 일꾼들에게 일부러 이삭을 더 흘려 룻으로 하여금 더 많이 주울 수 있도록 합니다. 뿐만 아니라 목이 마를 때에는 일꾼들이 마시는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런 배려에 룻의 시어머니 나오미는 자신의 며느리 룻과 배려의 사람 보아스를 맺어줍니다.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도록 교육받아 온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 배려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을 닮아가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주님의 마음을 품고 주님을 닮아갈 때 배려는 우리의 삶에 습관으로 배어지게 됩니다. 오늘 하루도 주님의 마음으로 누군가를 배려하는 성숙한 믿음의 소유자로 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