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성도의 거룩한 교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무차별적으로 유대인을 학살할 때 유대인들을 도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오스카 쉰들러(Oskar Schindler, 1908-1974)입니다. 쉰들러는 자신이 독일인이면서도 독일 나치에 의해 살상되는 유대인들을 목숨을 걸고 구해주었습니다. 브라이언 헤어(Brian Hare) 등이 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책에 소개된 안제이 피틴스키(Andrzej Pitynski)도 그 중에 한 명입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무렵 폴란드에 있는 자기 아파트에 유대인 여러 명을 숨겨 살려주었습니다. 그러다가 1941년 은신처가 발각되어 두 달 동안 수감되었고, 교도관들의 가혹한 구타로 턱뼈가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감옥에서 나온 뒤에도 그는 아내와 함께 우크라이나로 탈출해 정제소에서 일하면서 유대인들을 구출하는 일을 계속했습니다.

그렇게 목숨을 걸고 유대인들을 박해와 죽음으로부터 구출해준 유럽인은 수천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런 활동을 하다 발각되면 고문을 당하거나 국외로 추방되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대인들을 돕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은 많았습니다. 사회학자 새뮤얼 올리너(Samuel Oliner, 1930-2021) 부부는 나치에 의해 유대인 대학살이 벌어질 당시 유대인들을 구출했던 406명을 인터뷰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에게 있는 공통점을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그들은 모두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유대인 이웃이나 친구, 혹은 직장 동료와 친하게 지낸 경험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안제이 피틴스키는 새어머니가 유대인이었고, 직장을 이용해 비혼여성 약 200명에게 서류를 위조해준 스테파니아(Stephania)는 가장 친한 친구가 유대인이었습니다. 열네 살의 어린 나이에 저항군에 참여한 에른스트(Ernst)는 유년기의 소꿉친구들이 유대인이었습니다. 올리너 부부는 이를 ‘이타적 인성’이라고 불렀습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고 다른 사람이 당하는 억울함에 함께 분노할 수 있는 마음은 우리가 누군가와 관계 맺음을 통해서 얻어진다는 것입니다. 유대인들과 관계 맺음이 전혀 없었던 사람은 유대인들이 당하는 차별과 고통에 무감각합니다. 그러나 내 친구가 유대인이었거나 내 이웃이 유대인이었다면 유대인들이 당하는 그런 고통은 나에게 다른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와 관계 맺음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간을 홀로 살아가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되 서로 ‘돕는 배필’이 되게 하셨습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줄 뿐만 아니라,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가정이 중요하고 교회 공동체가 중요한 이유가 그것입니다. 가정이나 교회 공동체는 내가 다른 사람과 관계 맺음의 첫 번째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선하고 아름답다’(시 133:1)고 노래합니다. 이 시는 ‘성전에 올라가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던 사람들이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 성전을 찾아갈 때, 함께 성전에 올라간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있고 복되다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교회 공동체는 그래야 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는 관계여야 합니다. 올리너 부부가 정의한 것처럼 ‘이타적 인성’을 쌓아가는 곳이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 성도의 거룩한 교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맺어진 관계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거룩한 사랑의 관계여야 합니다.

우리 교회가 그런 교회이기를 소망합니다. 서로의 아픔을 끌어안고 함께 아파해줄 수 있는 거룩한 공동체 말입니다. 그런 관계라면 어느 순간 누군가를 위기에서 건져주는 능동적 행동을 할 수 있는 힘이 만들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