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월요일) 아침의 묵상 –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인지심리학자 박경숙 교수가 쓴 『문제는 무기력이다』라는 책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인디언들끼리 치열한 전쟁을 벌이던 1659년, 어느 겨울에 일어난 일입니다. 미국의 남부 조지아에 세인트 진이라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페툰(Petun) 인디언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었는데, 이들은 때마침 중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페툰 인디언들의 오랜 적 이로쿠오스(Iroquois) 족의 침략을 원천 봉쇄하기로 한 것입니다. 인디언들 사이에서 선발된 페툰의 전사들은 이로쿠오스 족과 전쟁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그들은 며칠 동안 이로쿠오스 족을 찾아내려고 노력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적군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한참 헤매던 전사들은 결국 허탕만 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온 그들은 자신들의 마을이 완전히 불타버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페허가 된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사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 한 부녀자들과 아이들, 노인들이 갈기갈기 찢긴 채 죽어 있었습니다. 충격적인 관경을 본 전사들은 말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신음소리만 내뱉을 뿐,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이로쿠오스 족을 쫓아가 복수하고, 포로들을 구해 오자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전사들은 한나절 동안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자는 우리 인간이 갑작스럽게 당하는 재앙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해지는지를 보여준다며 이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장 호전적이라는 인디언 전사들조차도 비극적인 사건과 맞닥뜨리면 순간 전의를 상실해 버린다고 말입니다. 가공할 만한 참변에 노출되었을 경우, 심리적인 충격으로 한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재앙 징후’(Disaster Syndrome)라는 일시적인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와 비슷한 상황이 성경에 기록되고 있습니다. 다윗이 사울 왕을 피해 블레셋에 망명 가 있을 때입니다. 블레셋이 이스라엘과 전쟁하러 갈 때 다윗도 블레셋 편에 붙어 함께 전쟁에 참여하고자 자신과 함께 있던 군대를 이끌고 아기스 왕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블레셋의 신하들은 다윗을 믿을 수 없다며 함께 전쟁에 갈 수 없다고 거절합니다. 하는 수 없이 3일만에 머물고 있던 시글락에 도착했는데, 와서 보니 아말렉 사람들이 시글락을 침공하여 마을을 불사르고 남아 있는 부녀자들을 모두 포로로 잡아가버렸습니다. 끔찍한 상황에 맞닥뜨린 다윗 일행은 울 기력이 없을 정도로 울었습니다. 그리곤 하나님께 어떻게 해야 할지 묻고선, 아말렉을 뒤쫓아가서 빼앗겼던 것들과 포로로 잡혔갔던 사람들을 모두 구해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때로 그렇게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히곤 합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할 지는 다윗의 이야기에서 잘 보여줍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얻으면 그 상황을 극복해낼 수 있습니다. 때론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때론 무기력감이 오랫동안 내 마음을 짓누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선한 손길의 도우심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무기력에 무릎 꿇지 않습니다.
“다윗이 여호와께 묻자와 이르되.”(삼하 30:8) 이것이 우리로 다시 일어서게 하고, 다시 뛸 수 있게 힘을 줍니다. 하나님께 묻고 기도한다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길이 있음을 믿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재앙 징후 현상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길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길이 보이지 않는 것 뿐입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눈을 뜨면 새로운 길이 보일 것입니다. 오늘도 하나님께 기도하며 새로운 길로 인도함을 받는 복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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