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화요일) 아침의 묵상 –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며
8년 전, 저는 아내와 딸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습니다. ‘산티아고’(Santiago) 하면 많은 사람들이 남미 칠레의 수도를 생각합니다만,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에 가는 여정을 말합니다. 이 산티아고 순례길이 유명해진 이유가 있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예수님의 제자인 야고보 사도는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서, 당시 ‘땅끝’이라고 알려진 (현재의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의 북부 지방인 갈리시아에까지 가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사도행전 12장에 기록된 것처럼 헤롯 아그립바 1세에 의해서 순교를 당합니다. 예루살렘에서 순교를 당한 후 그의 시신이 지금의 산티아고에 묻히게 되었고, 그의 무덤은 9세기의 한 은자가 홀연히 나타난 별빛의 인도를 받아 발견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진짜 야고보 사도의 무덤인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만, 그 후 야고보 사도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걸어갔던 그 길을 따라 걷기 위해서 수많은 순례자들의 발길이 산티아고를 향했습니다. ‘산티아고’란 ‘성 야고보’(St. James)의 스페인식 발음입니다. 이곳의 원래 이름은 ‘콤포스텔라’(Compostela)였습니다. ‘들판’을 뜻하는 ‘캄푸스’(Campus)라는 말과 ‘별’을 뜻하는 ‘스텔라’(Stellae)가 합성된 것인데, 이 이름에 비추어 보건대 그곳은 별이 아주 잘 보이는 지역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발견되면서 산티아고란 단어가 붙여지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발견된 이후 11-12세기에 굉장히 많은 순례자들이 산티아고를 찾아가게 되었고, 이후 순례자들이 점점 줄어들다가 1993년 이 순례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다시금 순례자들의 발길이 늘기 시작하였습니다.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길은 여러 개가 있지만, 가장 일반적이고 가장 많은 순례자들이 걷는 길이 스페인과 프랑스의 경계에 위치한 생장피에드포르(Saint-Jean-Pied-de-Port)에서 출발하여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까지 가는 ‘프랑스 길’입니다. 그 길이 약 800km입니다.
이번에 저와 제 아내, 그리고 박민규 장로님과 박미숙 권사님, 이렇게 네 명이 함께 그 순례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내일 새벽 출발하여 11월 말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물론 산티아고엔 산티아고(성 야보고)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순례길은 단순히 야고보 사도가 걸었던 길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걷는 것은 아닙니다. 순례길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비우는 배움의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한 이후 40년 동안 광야생활을 하면서 노예로 살던 옛생활을 벗고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사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거듭나는 것처럼, 순례길에서 우리는 더욱 주님을 묵상하고 나의 자아를 비워내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내가 꿈꾸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분주하게 욕망의 길을 걸어왔던 삶을 되돌아보며, 가진 것이 별로 없어도 충분히 하늘의 기쁨을 누리는 삶을 살 수 있음을 경험하는 비움의 시간입니다.
800km를 10kg 정도 되는 배낭을 메고 매일 20-30km를 걷는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육체적인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끝까지 완주하려 합니다.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동행하는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하며, 하나님의 은총을 깊이 경험하는 시간이 되도록 말입니다. 순례길을 걷는 동안에는 아쉽게도 아침의 묵상을 보내드리지 못함이 못내 아쉽습니다. 11월 말에 건강하게 돌아와서 12월부터 다시 아침의 묵상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여러분께서 기도로 힘을 더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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