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화요일) 아침의 묵상 – 용기가 필요할 때

미국의 작가이자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이얼 프레스(Eyal Press, 1970-)가 쓴 『양심을 보았다』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2002년에 <타임지>와 CNN이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자신의 일자리를 걸고 범죄행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고발한 내부고발자에 대한 미국인의 의견을 듣기 위한 여론조사였습니다. 응답자의 10명 가운데 여섯 명꼴로 그런 ‘내부고발자가 영웅’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전체 응답자의 3/4에 가까운 사람들이 만일 자기가 몸 담고 있는 직장에서 범죄 행위가 일어난다면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결과는 <타임지>의 연말 특별판에 게재되었습니다. 이 연말 특별판의 표지에는 세 명의 내부고발자 사진이 실렸습니다. 전화회사 월드컴의 내부감사 담당 이사였던 신시아 쿠퍼(Cynthia Cooper)와 FBI 전 요원이었던 콜린 로울리(Coleen Rowley), 그리고 회계사이자 엔론의 부사장이었던 셰론 왓킨스(Sherron Watkins)입니다. <타임지>의 편집장인 짐 켈리는 이 세 사람을 선정한 이유로 “이 세 사람은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내부고발을 함으로써 우리에게 미국적인 용기가 무엇인지 일깨워 주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쿠퍼는 상관의 지시를 거부하고 약 5조 원에 달하는 38억 달러 규모의 회계 부정 비리를 조사해서 회사 이사회에 경고했습니다. 로울리는 2001년에 일어난 911테러 사건에 앞서 이 위험에 대한 경고가 있었지만 본부가 이 경고를 무시해 결국 911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왓킨스는 케네스 레이 엔론 회장에게 부적절한 회계 처리가 회사에 파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 대가로 한직으로 물러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회사나 조직의 잘못을 드러내려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불이익을 당할지라도 감내해야 할 마음의 준비도 있어야 합니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핀잔의 소리를 듣거나 왕따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잘못됨을 고발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고민와 갈등의 시간을 겪어냅니다. 현실에 적당히 타협할 것인가, 아니면 양심을 따를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용기를 내었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속이고 거짓된 탐욕을 취하려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고, 우리 사회가 정의롭고 깨끗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큰 문제로 등장한 이단의 비리가 세상에 드러나는 것은 그런 용기를 가진 내부고발자들 덕분입니다. 철저하게 베일에 싸인 사이비집단의 특성상 그 안에서 어떤 비리와 부정과 죄악이 저질러지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없습니다. 그 안에서 그런 비리와 부정과 죄악을 경험해 알고 있는 사람들의 폭로가 있어야만 그것이 세상에 드러납니다.

어쩌면 예수님은 내부고발자였습니다. 당시 예루살렘 성전에서 매매하는 자들, 비둘기를 팔고 돈을 바꾸는 사람들은 대제사장이라는 최고의 권력자들과 결탁되어 어마어마한 부를 쌓았습니다. 종교의 이름을 팔아 대제사장은 뇌물을 받아 부를 누리고, 장사치들은 그것으로 욕심을 채웠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고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당당하게 그들의 상을 엎으시고 매매하는 자들을 내쫓으셨습니다. 그게 권력자들에게 미움을 사서 결국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셔야 했습니다.

때로 우리도 용기를 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거짓과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하고, 죄악을 묵인하는 조직을 해체하기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때론 내 안에 있는 거짓됨을 드러내 회개하기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여러분, 오늘은 용기를 내야 할 때 담대하게 용기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하고, 그런 용기를 가지고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우리의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