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월요일) 아침의 묵상 – 불쌍히 여기는 마음

여러분, 세계 역사상 최초의 기독교 국가가 어디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로마제국을 떠올릴 것입니다. 로마제국은 313년 콘스탄티누스(Constantinus) 대제에 의해서 기독교가 정식 종교로 인정받은 후, 392년 테오도시우스(Theodosius) 황제에 의해서 국교로 선포됩니다. 그러니까 로마제국은 392년에 기독교 국가가 된 셈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일찍 기독교 국가로 선포된 나라가 있습니다. 아르메니아(Armenia)입니다.

아르메니아는 301년에 기독교 국가가 되었는데, 거기에는 그레고리 루사보리치(Gregory Lusavorich)라고 하는 신실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왕을 암살하는데 가담하게 되었고, 정치적인 보복으로 가문 전체가 멸문지화를 당하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을 때, 어린 그레고리는 당시 기독교인들의 은신처인 갑바도기아로 피신하게 됩니다. 거기에서 그는 철처한 기독교 신앙으로 성장하게 되었고, 아버지가 왕실에 졌던 정치적인 빚을 갚고 속죄하기 위해서 왕궁으로 찾아갑니다. 암살당한 아버지를 이어 왕이 된 티리다테스(Tiridates) 3세는 젊고 유능한 그레고리를 중용하여 왕실의 행정업무를 보게 하지만, 그레고리를 시기하던 사람들에 의해서 그가 부왕을 암살한 가문의 자식임이 드러납니다. 결국 그레고리는 ‘깊은 굴’이라는 뜻을 가진 코르 비랍(Khor Virap)에 갇힙니다. 그레고리가 갇힌 깊은 구덩이는 어둡고 침침하며 사방이 폐쇄되어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되었고, 뱀과 전갈 등의 독충들이 우글거렸습니다. 그리곤 왕은 그를 잊었습니다. 그렇게 12년의 시간이 흘러 티리다테스 3세가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게 되었을 때, 그의 누이가 그레고리를 소개합니다. 왕은 그레고리가 12년 동안 깊은 굴속에 같혀 있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누이의 권면에 부하들을 보내 그레고리의 생사를 확인하게 하고 살아 있다면 왕궁으로 데려 오도록 했습니다. 12년 동안 깊은 굴속에 갇혀 있던 그레고리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 신실하고 기도를 많이 하는 과부로부터 12년 동안이나 떡을 공급받았고, 그 굴속에서 깊은 영적 묵상과 통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살아서 왕 앞에 선 그레고리는 왕을 치료해 주게 되고, 병이 완치된 왕은 그레고리로부터 세례를 받고 둘이 함께 힘을 모아 역사상 최초로 그의 나라를 기독교 국가로 만듭니다. 그게 301년,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하기 91년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깊은 동굴인 코르 비랍에서 그레고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 하나님의 은혜이지만, 12년 동안 목숨을 걸고 죄수인 그에게 매일 떡을 가져다 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 과부 덕분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릿 시냇가에 숨어 있는 엘리야에게 까마귀를 통해서 매일 떡과 고기를 제공해 주신 것처럼, 그레고리에게는 과부가 하나님의 까마귀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12년을 매일같이 떡을 가져다 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왕에 의해서 버려진 사람에게 먹을 것을 가져주다가 발각되면 그녀 역시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목숨을 걸고 그레고리에게 떡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이 떡을 가져다준 그가 한 나라를 기독교 국가로 만드는 신앙적 영웅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저 한 영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한 것입니다.

긍휼히 여기는 마음은 놀라운 역사를 만들어냅니다. 예수님께서 병자들을 고치실 때 반복되어 나타나는 단어가 있습니다. “불쌍히 여기사”라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병자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고쳐주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기적을 만들어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에게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불쌍히 여기는 주님의 마음을 품고, 누군가에게 작은 손을 내밀 때, 거기에 하나님께서 기적으로 역사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