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선한 양심을 따라

10여 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시장 인근에서 일곱 살 정도로 보이는 손자가 할머니를 대신해서 손수레를 밀고 올라가다가 골목길 코너에 주차해 놓은 아우디라는 외제차와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그 충격으로 아우디의 옆면에 흠집이 생겼고, 이에 놀란 할머니는 손주가 끄는 수레를 멈추게 하고서 어찌할 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놀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바라보던 손자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어린 손자가 수레를 끄는 법을 잘 몰라 실수로 그랬거니 하고 모른 척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할머니는 ‘차 주인에게 어떻게 이를 알릴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이 때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는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수레 안에는 콩나물 한 봉지와 손자가 좋아해서 산 것으로 보이는 바나나 한 송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손자는 비록 가난하게 살았지만, 남의 차량에 흠집을 내고서 그냥 돌아설 양심은 아니었습니다. 주변에 있던 한 학생이 할머니가 핸드폰이 없어 차주에게 연락을 못하시는 것을 눈치채고선 차량 앞에 꽂혀 있는 명함으로 차주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10분 후쯤 40대로 보이는 차주 부부가 나타났습니다. 모두 긴장하고 있던 그 때, 자주 부부는 도착하자마자 할머니에게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사과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차를 주차장에 주차하지 않고 이렇게 골목길에 주차해서 통행에 지장을 드렸네요. 그것 때문에 부딪혔나 보네요. 죄송합니다.” 옆에 서 있던 부인은 울먹이는 할머니의 손자를 껴안고선 “미안하다. 울지 마.”는 말을 반복하며 어린 손자를 달래주었습니다. 이 사연을 전한 기고자는 집에 오는 내내 “오늘 나는 정말로 멋진 사람들을 만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우디코리아는 이 훈훈한 사연을 전해 듣고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아우디 차주 분을 찾습니다... 본 사연에 소개된 차량의 차주분을 찾아 차량을 무상으로 수리해 드리고자 합니다.’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세상은 이렇듯 아직도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으로 많습니다.어쩌면 그게 바른 인간됨의 도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해서만 눈을 흘기고 책임을 물으려는 현대사회에 경종을 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주차장에 주차하지 않고 통행에 지장을 주었으니 잘못은 자신에게 있다.’는 차주의 양심적인 말이 신선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겠지요.

성경은 세례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이는 육체의 더러운 것을 제하여 버림이 아니요 하나님을 향한 선한 양심의 간구니라.”(벧전 3:21) 우리가 세례를 받았다고 해서 육체적 욕심이나 옛사람의 성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선한 양심을 가지고 날마다 하나님 앞에 나아가 언약 백성임을 기억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신앙인이 되었다고 다 선한 양심을 따라 사는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는 믿음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오늘도 우리 가운데서 선한 양심을 통해 말씀하시는 성령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그 음성에 따라 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그리스도인입니다. 나는 죽고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살아계심을 인정하고, 삶에서 그것을 증거해야 합니다. 나의 허물과 잘못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다른 사람에게만 책임을 물으려고 하는 인간적인 욕망에 지배당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나를 바르게 돌아보고, 하나님 앞에 신실한 사람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를 통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