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월요일) 아침의 묵상 – 유단취장(有短取長)

조선의 실학자 성호 이익(星湖 李瀷, 1681-1763) 선생의 집마당엔 감나무가 두 그루 있었다고 합니다. 한 그루는 대봉시이지만 일 년에 겨우 서너 개 밖에 열리지 않았고, 다른 한 그루는 감이 많이 열렸지만 땡감나무였습니다. 마당에 그늘도 많아지고 장마 때가 되면 늘 그늘에 젖어 있어 마당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두 그루의 감나무 모두 밉게 여긴 성호 선생이 톱으로 하나를 베어버리려고 두 감나무를 번갈아 쳐다보았습니다. 그 때 부인이 마당에 내려와 말했습니다. “이건 비록 서너 개밖에 열리지 않지만 조상님 섬기는 제사장에 올리기에 좋지요. 저건 땡감이지만 많이 열리니 말려서 곶감이나 감말랭이로 해 두면 우리 식구들 먹기에 넉넉하구요.” 성호 선생은 감나무 두 그루 모두 밉게 보았는데, 부인은 둘 다를 좋게 보았던 것입니다. 밉게 보니 못났고 베어버리고 싶은 나무였지만, 좋게 보니 유익하고 쓸모 있어 예뻐 보였던 것입니다. 단점 속에서 장점을 취한 부인의 말을 들은 성호 선생은 톱을 창고에 슬그머니 들여놓고, 나오면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유단취장(有短取長)이로구나!” 단점이 있어도 취해야 할 장점도 있다는 뜻입니다.

‘동전에 양면’이라는 말도 있지요. 모든 사물은 양면성이 있습니다. 아무리 못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기 마련이고, 반대로 아무리 귀한 것이라 하더라도 뒤집어 보면 단점이 있습니다.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나는 한 반드시 단점과 약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단점과 약점이 많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에게 장점이 있고 좋은 점도 있습니다. 1994년에 개봉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그것입니다. 불편한 다리와 남들보다 조금 떨어지는 지능을 가진 외톨이 소년이 자신에게 있는 장점인 달리는 재능을 잘 살려 미식축구팀에 합격하고, 전투 중에 다른 동료를 구하는 영웅적인 행동을 합니다. 지능이 조금 모자란다고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달리는 재능, 탁구의 재능 등을 가졌습니다.

우리가 사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단점만 보려 하면 단점만 보일 것이고, 장점을 보려 하면 장점이 보일 것입니다. 단점만 보는 사람은 그를 나무라고 비난하려 할 것이고, 장점을 보는 사람은 칭찬하고 존중해 줄 것입니다. 우리가 양면성을 다 보면서 어떤 면이 나에게 유익한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대할 때에는 먼저 장점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 장점은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시는 재능이고, 그를 사랑하신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서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비록 단점이 보이더라도 그것을 덮을 수 있을만큼의 장점이 있음을 알기에 사랑할 수 있고, 관계를 맺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누군가에게서 장점을 본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또한 나 자신에게도 장점이 있고 단점도 있습니다. 나의 단점을 바로 알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장점을 찾아 그것을 재능과 은사와 복으로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그것을 잘 활용하여 하나님께 기쁨과 영광이 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나에게 약점과 단점이 있음을 알기에 하나님의 의지하게 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내가 약할 그 때에 강함이라.”(고후 12:10)고 고백합니다. 약함 속에서 주님을 의지함으로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강점과 약점, 단점과 장점을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장점과 강점을 먼저 보려는 태도는 더욱 중요합니다. 그게 오늘 나로 하여금 더욱 풍성한 삶을 살게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