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쇼팽의 심장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폴란드 태생의 세계적인 음악가 쇼팽(Chopin, 1810-1849)의 묘는 그가 마지막으로 활동했던 프랑스 파리의 한 공동묘지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시신은 파리의 공동묘지에 묻혀 있는데 그의 심장은 그곳에 없다고 합니다. 거기에는 이런 사연이 있습니다. 그는 20살 때 음악의 중심지인 오스트리아의 빈으로 가서 피아니스트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의 조국 폴란드에서 러시아에 대항해 혁명이 일어났고, 러시아 군의 잔혹한 진압으로 혁명은 실패로 끝나고 맙니다. 폴란드에 있는 쇼팽의 집도 러시아군의 약탈로 사라졌고, 그의 집에 있던 피아노까지 도끼에 찍혀 장작불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쇼팽은 프랑스 파리로 가게 되고,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그의 노력이 번번히 실패로 돌아가자 결국 그는 그의 여생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나이 39세 때 그는 연주활동을 하지 못할 만큼 중병에 걸리게 되고, 그해 10월 17일 파리에서 세상을 뜨고 맙니다. 그의 장례식은 성 마들렌 성당에서 치러졌고, 쇼팽의 묘에는 그가 폴란드를 떠나기 전 은잔에 담아온 폴란드의 흙이 뿌려졌습니다. 그만큼 태어나고 자란 조국 폴란드를 잊지 않고 있었던 쇼팽은 누이 루드비카(Ludwika, 1807-1855)에게 ‘자신이 죽으면 심장만큼은 조국인 폴란드에 뭍어 달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몸은 파리에 묻혔지만, 그의 심장은 유언에 따라 폴란드 바르샤바의 성 십자가 성당에 묻히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바르샤바 봉기로 인해 성 십자가 성당이 폐허가 될 정도로 폭격을 받았는데, 폭격을 받기 전 그의 심장은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쇼팽의 심장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도록 한 사람은 바르샤바 봉기를 잔인하게 진압하고 학살을 주도했던 나치의 친위대의 지휘관 폰 젤레프스키(von Zelewski, 1899-1972)였습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며 그는 나중에 바르샤바 시민들의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한 목적으로 쇼팽의 심장을 가져간 것입니다. 전쟁이 끝난 후 1945년 10월 17일, 쇼팽의 기일에 쇼팽의 심장은 다시 성 십자가 성당에 안치되었습니다.

  ‘자신의 시신은 파리에 묻히지만 심장만이라도 조국에 묻어달라’고 유언할 정도로 쇼팽은 자신의 조국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러시아와 나치 독일에 지배당하면서 힘들고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독립을 위해서 끝임없이 혁명을 일으키고 봉기했던 조국이 어쩌면 자랑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쇼팽의 심장을 생각하면 요셉이 떠오릅니다. 애굽에 노예로 팔려간 요셉은 결국 애굽의 국무총리까지 되지만, 그는 죽을 때 ‘하나님께서 언젠가 반드시 너희를 약속하신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실텐데, 그 때 내 해골을 메고 올라가겠다고 약속해다오.’(창 50:24-25) 라고 유언합니다. 요셉은 먼 훗날에 이루어질 일이지만,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에 자신의 해골이 묻혀지기를 원했습니다. 비록 애굽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애굽에 비하면 척박하기 그지없는 가나안 땅을 사모한 것입니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아버지 야곱이 묻혀 있고,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여러분, 우리에게 그렇게 사모하는 곳이 있습니까? 우리에게 천국이 그렇게 사모하는 곳입니까? 아무리 이 땅에서의 삶이 남부럽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는 언젠가 이 땅을 떠나야 합니다. 이 땅을 떠나면 우리가 가야할 곳은 하늘나라, 천국입니다. 그곳을 사모하는 마음을 가질 때, 우리는 이 땅의 것에 마음 빼앗기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심장만이라고 조국 땅에 묻어달라는 쇼팽의 유언처럼, 우리도 영원한 나라를 늘 마음에 새기며 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