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수요일) 아침의 묵상 – 폭군과 악의 조력자

셰익스피어 연구가인 미국 하버드대학교 스티븐 그린블렛(Stephen Greenblatt, 1943-) 교수는 그의 책 『폭군』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희곡들에 나타난 독재체제의 사회적인 원인과 심리적인 요인들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리처드 3세’를 분석하면서 ‘폭군 주변에는 주변 사람들의 동조와 묵인 있었다.’고 말합니다. 잉글랜드의 국왕 리처드 3세(Richard III, 1452-1485)는 1483년 조카인 에드워드 5세를 대신해 권력을 찬탈하고 왕이 되었지만, 2년 뒤인 1485년 반대파와 전투를 벌이던 중 사망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그런 리처드 3세를 ‘권력을 추구한 끝에 몰락한 악인’으로 묘사했습니다.

그린블렛 교수는 그의 책에서 그런 폭군에게도 폭군이 활동하도록 조력하는 조력자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폭군 리처드 3세의 독재에 조력했던 사람들을 여섯 그룹으로 나눕니다. 첫째 그룹은 리처드 3세에게 진짜로 속은 사람들입니다. 리처드 3세의 주장을 정당하다고 여기고, 그가 한 약속을 믿었으며, 리처드 3세의 감정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인 사람들입니다. 둘째 그룹은 리처드 3세의 괴롭힘과 위협 앞에 겁을 먹고 무기력해진 사람들입니다. 처음엔 저항도 해보았지만, 왕의 위협에 저항을 포기하고 조력자가 된 것입니다. 셋째 그룹은 리처드 3세가 사악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리처드 3세가 병적인 거짓말쟁이이고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을 애써 잊어버리려 합니다. 넷째 그룹은 리처드 3세가 형편없는 인물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국가 운영은 굴러간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다섯 번째 그룹은 가장 음흉한 조력자들로, 리처드 3세가 권좌에 오르면 자신들도 이익을 볼 것이라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돕는 이들입니다. 여섯 번째 그룹은 리처드 3세의 명령을 아무 생각없이 수행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권력의 명령을 이행하면서 사소한 떡고물이라도 챙기려 합니다.

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자들 곁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어 있습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독재를 휘두르는 독재자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20세기 독일의 히틀러에게도 그런 조력자들이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같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세상 권력자들에게만 조력자들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파리대왕’처럼 별 거 아닌 삶 속에서도 권력자들이 생겨나게 마련이고, 그런 권력자 주변에는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악에 꾀임에 넘어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는 때로 악의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가곤 합니다. ‘선악과를 따 먹으면 하나님처럼 될 것’이라는 뱀의 유혹에 아담과 하와가 넘어간 것처럼 말입니다. 때로는 거센 악의 세력 앞에 지레 겁을 먹고 저항해보지도 않고 무기력하게 악에 굴종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무엇이 악인지 알지 못해 악한 꾐에 넘어가기도 하고, 때론 ‘어차피 세상은 그렇게 굴러가게 되어 있어’라는 자포자기로 악에게 동조하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엔 악이 주는 달콤함에 취해 내 영혼을 내어주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죄악이 약속한 거짓 약속에 속아 내게 엄청난 뭔가가 주어질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악에 유혹에 넘어가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악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벧전 5:8)라고 경고하십니다. 여러분, 악에 조력자가 되지 마십시다. 우리는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이루어갈 하나님의 동역자들입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깨어 있는 신앙으로, 하나님의 기쁨이 되어야 할 우리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