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요행을 바라는 마음

공자(孔子)의 문하생 중 밀부제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공자로부터 ‘임금님께 충성하고, 부모 형제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가득하고, 예의로 사람을 대한다.’고 칭찬을 듣던 사람입니다. 그 밀부제가 노나라에서 관직에 있을 때, 선배들을 존경하고 후배들을 사랑하며 백성들에게는 인정을 베풀면서 많은 사람에게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제나라가 단부현(單父縣)을 통해 노나라를 공격해 올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 때가 보리를 추수하던 시기인지라, 단부현의 관리들은 밀부제를 찾아가 ‘누가 심었든 상관없이 백성들이 마음대로 보리를 추수해 갈 수 있도록 명령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백성들이 보리를 수확해가면, 전쟁이 벌어졌을 때 적군에게 군량미를 제공하지 않을뿐더러 백성들에게도 실제적으로 유익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밀부제는 그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평소 밀부제를 그렇게도 칭찬하던 공자도 그 말을 듣고는 사람을 보내어 밀부제를 야단쳤습니다. 그러자 밀부제는 공자가 보낸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올해에는 밀 작황이 좋지 않습니다. 내년이 되어야 다시 심을 수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적이 침입할지 모른다고 보리를 심지도 않는 사람에게 보리를 수확해가도록 한다면 그건 백성들에게 요행심을 부추길 뿐입니다. 또 적의 공격이 자주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적이 공격해 전쟁을 하면 공들이거나 땀을 흘리지 않고도 보리를 쉽게 거둘 수 있을테니까요. 물론 전쟁이 발발하면 보리는 모두 적이 가져갈 것입니다. 그 일의 영향은 단부현에만 국한될 뿐 노나라 전체의 국력을 쇠퇴시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백성들이 이 일로 인해 요행심을 가진다면 사회 풍토 전체에 해를 끼치고 결국 노나라에 위기를 가져올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두렵습니다.” 밀부제의 깊은 의중을 알게된 공자는 그제서야 그가 국가의 안녕과 평화를 염원하는 훌륭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선 당장 눈앞의 일을 생각하면 수확기가 된 보리를 적군에게 빼앗기는 것보다, 비록 보리를 심고 가꾸진 않았지만 백성들이 수확해가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은 눈앞의 현실적 대안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가져다줄 수많은 결과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백성들이 마땅히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하지 않고, 요행만 바란다면 그 나라는 결코 튼튼히 서지 못할 것입니다. 밀부제의 말처럼, 그런 요행심은 때로 ‘적군이 쳐들어오면 좋겠다’는 생각에까지 미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요행(僥倖)이란 내가 노력하지 않고 뭔가를 얻으려는 마음입니다. 그 요행을 바라는 마음은 사행심(射倖心)으로 발전합니다.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는 것조차 뜻밖의 행운처럼 자신에게 다가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마음에 사로잡히면 자신의 손으로 수고하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노력하지 않고 쉽게 뭔가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에 말입니다. 그것은 결코 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살기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값없이 은혜를 주신 것은 우리로 요행심을 바라며 살라 하심이 아닙니다. 그 은혜에 감사하며, 그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아는 사람은 하나님께 예배하고, 하나님께 감사하며, 내게 맡겨주신 일에 최선을 다함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하게 됩니다.

여러분, 오늘도 우리의 삶에 베풀어주신 은혜를 기대하되, 그게 우리의 삶을 더욱 견실함 위에 세우는 것임을 기억하며,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성실함으로 하루를 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