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환대받는 느낌

지난달 23일 이스라엘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4살짜리 아리엘 헬러가 부모님과 함께 하이파대학 안에 있는 헤흐트 박물관에 갔다가 주전 2200-1500년 사이 청동기 시대의 유적지에서 출토된 3,500년 된 고대 항아리를 깨뜨리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헬러는 항아리의 내부가 궁금해 항아리를 잡아당기다 그만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입니다. 당시 전시관의 다른 전시품들은 유리막과 같은 보호막으로 유물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일부 전시물은 관람객들이 더욱 친숙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보호막이 설치되지 않았고 헬러가 이런 실수를 저지른 것입니다. 그런데 일주일 후 헬러와 그의 가족은 박물관을 다시 찾았습니다. 값을 매길 수 없는 고대 유물을 파손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가 아니라, 박물관 측에서 유물을 복원하는 과정을 아이가 볼 수 있도록 초대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전시 유물을 의도적으로 훼손되는 경우는 매우 엄중하게 처벌하지만 이번 사건은 아이가 유물에 관심을 가지다가 실수로 일어난 일이고, 유물이 파손된 후 아이의 아버지가 경비원에게 먼저 사실대로 말했기에 때문에 보상이나 처벌 대신에 복원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이 유물은 3D기술과 고해상도 비디오를 활용해 복원하고 있고, 조각들이 온전히 남아 있어 복원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합니다. 박물관장인 인바르 리블린은 “이번 기회를 교육적으로 활용하고, 이번 사건으로 위축된 가족들에게 환대받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헬러와 그의 가족을 초청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 기사를 보면서 ‘우리나라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실수를 저지른 아이를 어떤 마음으로 대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실수한 것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있을 가족들과 한 번의 실수로 인해 평생 아픔을 갖고 살아야 할 아이에게 ‘환대받는 느낌’을 주고 싶다는 박물관장의 말과 대처가 감동을 줍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실수를 잘 용납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실수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으려 합니다. 어쩌면 그게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일 것입니다. 손해를 입혔으면 그 손해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입니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며 살아갑니다. 그 실수가 큰 것일 수도 있고 작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인간을 ‘호모 데웁스’(Homo Deoops)또는 ‘호모 에로르’(Homo Error)라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모두 ‘실수하는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문제는 모두가 실수하며 살아가는데,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관용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실수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하려는 태도입니다. 물론 실수하며 살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서로가 실수할 때 비난하고 책임을 물으려는 태도보다는, 그의 실수를 감싸주고 품어주며 더욱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환대받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아름답습니다.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도 여러 번에 걸쳐 실수했지만, 예수님께서는 실수에 책망하시고 그를 내치신 것이 아니라 끌까지 믿어주시고 결국 사도로 세워 복음사역을 감당하게 하셨습니다. 주님의 경고에 세 번이나 주님을 모른다고 부인하더 바로 그 베드로를 말입니다. 주님은 베드로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품어주시고 용서하십니다. 그래서 주님 앞에 오기만 하면 ‘환대받는 느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용서하시고 용납하시고 품어주시는 그 사랑 안에서 말입니다.

오늘 우리도 누군가의 실수에 손가락질하고 책망하는 대신, 그가 실수에도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환대받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품어 주십시다. 내가 주님께 용납받고 환대받은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