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마베 마리아’에 숨은 이야기

프랑스의 음악가 샤를 구노(Charles Gounod, 1818-1893)는 신앙심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음악 신동이라 불렸습니다. 미술가였던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로부터 예술적 재능을 물려받은 듯합니다. 그러나 그가 다니던 같은 학교에는 그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음악적 천재성을 가진 친구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음악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하지만, 인간관계에서는 너무나도 친한 친구였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때 구노는 친구가 당연히 음악대학에 진학할 거라 생각했는데, 친구는 신학대학에 진학하게 되었고 결국 사제가 되었습니다. 오랜 후 구노는 사제가 된 친구를 만나고 싶었는데, 그 친구가 중국의 선교사로 갔다는 소식만 들어야 했습니다. ‘친구가 잠시 귀국하면 만날 수 있겠지’ 라고 기대하던 그에게 이번에는 친구가 조선 대교구의 주교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당시에는 조선이 ‘한 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기 힘든 죽음의 땅’으로 여겨졌기에, 친구가 죽음만이 기다리는 조선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에 그는 불안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구노는 요란에게 울리는 성당의 종소리를 들었습니다. 하루 세 번 기도하는 시간에 울리는 삼종시간도 아닌데 종이 울린다는 것은 뭔가 불안한 징조 같았습니다. ‘혹 순교자가 나온 것은 아닐까’하는 마음으로 성당으로 뛰어간 구노는 게시판에 ‘다블뤼 주교 조선에서 순교’라는 글씨를 보게 되었고, 눈물이 앞을 가려 그 자리에 서 있을 수가 없어 정신없이 뒷동산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친구인 다블뤼 주교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리곤 성모송을 만들어 바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곡이 그 유명한 ‘아베 마리아’(Ave Maria)입니다. ‘아베 마리아’라는 말은 ‘마리아께 문안드립니다.’라는 뜻입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예수님의 잉태 소식을 알리기 위해 마리아를 찾아가서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눅 1:28)라고 인사했는데, 그게 “마리아여, 안녕하십니까?(문안 인사드립니다.)”라고 말한 것이라는 생각한 것입니다.

구노의 친구인 다블뤼(Antoine Daveluy, 1818-1866) 주교는 한국 이름이 안돈이(安敦伊)로,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과 함께 1846년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1866년 병인양요 때 순교했습니다. 당시 흥선대원군은 러시아의 남진을 막으려 프랑스의 힘을 빌리려 하다 무위로 돌아가자 1866년 1월 천주교에 대해서 대대적인 탄압을 가했습니다. 그 때 다블뤼는 조선교구의 4대 교구장인 베르뇌 주교가 순교하자, 그 뒤를 이어 조선교구의 5대 교구장이 되었지만, 20여 일만에 결국 순교를 당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친구가 선교를 떠나 낯선 땅에서 순교한 것을 애통해하며 그를 위해 성모 마리아에게 자비를 간청하는 기도문으로 ‘아베 마리아’를 작곡한 것입니다. 친구란 오랜 시간 얼굴을 보지 못했어도 마음이 늘 우정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런 친구를 위해서는 나의 모든 것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 15:13)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주님께서는 우리를 ‘친구’라고 불러주셨습니다. 친구인 우리를 위해 당신의 생명을 내어주시기까지 사랑하시며 말입니다.

구노의 ‘아베 마리아’를 들을 때마다 선교를 위해 목숨을 내놓았던 선교사와 그의 순교를 기리는 구노의 마음, 그리고 우리를 친구라 불러주신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주님의 친구로서,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신 주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사십시다. 우리의 마음에 ‘아베 마리아’ 대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득 담고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