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 (수요일) 아침의 묵상 – 참된 승리자

  『어린 왕자』의 작가로 유명한 프랑스의 생텍쥐페리(Saint-Exupéry, 1900-1944)가 쓴 또 하나의 작품 『전시조종사』는 전쟁과 인간에 대한 깊은 고민을 드러낸 작품입니다. 전쟁 중에 적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명령에 따라 비행에 나선 생텍쥐페리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기도 합니다.

  저자인 생텍쥐페리는 프랑스 리옹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풍족하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21년 징병으로 공군에 입대하여 조종사 자격들을 취득했고, 전쟁이 끝난 후 일상으로 돌아와 글을 쓰고 우편비행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다시금 군용기 조종사로 종군하였고,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4년 7월 정찰 비행 중에 실종되었습니다.

  『전시종종사』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공군 예비역 대위로 동원되어 2-33 정찰비행단에 소속되어 정찰임무를 수행하면서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그는 책에서 ‘아무에게도 필요 없는 정보를 수집하겠다고, 또 설령 우리 가운데 하나가 살아서 이를 보고하더라도 그 누구에게도 전달되지 않을 그런 정보를 수집하겠다고’ 목숨을 걸고 비행하는 이 일이 과연 합리적인 일인가를 묻기도 합니다. 그는 전쟁을 ‘사람들이 죽어가기 때문에 나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의미없이 죽어간다는 것이 나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전쟁 중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상황에서 적군과 아군이 뒤섞여서 양쪽 모두가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지 못한 게임에서 목숨을 걸고 죽을 때까지 들러리 역할을 하기에 모든 전쟁은 ‘이상한 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는 그 책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완공된 성당의 관리자로, 혹은 성당 의자나 운반하는 사람으로 자기 소임을 다했다고 만족하는 사람은 이미 그 순간부터 패배자다. 지어나갈 성당을 가슴속에 품은 이는 이미 승리자이다.” 삶에 생명력을 상실한 채 아무 생각없이 현실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것은 무의미한 삶이고 패배자나 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남들이 완공해 놓은 성당을 관리나 하는 사람, 의자나 들고 자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안달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지어나갈 성당을 가슴에 품은 사람, 꿈이 있고 의미 있고 가치있는 새로운 일을 성취하기 위해 달려가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라는 것입니다. 승리와 실패는 무엇을 얻었느냐가 아니라, 지금 내가 무엇을 위해 달려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나의 노력이나 수고 없이 누군가가 이루어놓은 것에서 내 인생의 달콤함을 얻으려 합니다. 내가 노력하지 않고 뭔가가 내 손에 쥐어진다면 때론 그것을 ‘행운’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전쟁과 같이 의미도 없고 가치도 없는 일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이지만 내 스스로 나와 이웃에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들을 가슴에 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수고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든 그는 이미 승리자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가 당시 유대인들이나 로마인들에게는 실패의 상징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과정이었기에 예수님은 당신의 인생을 단 한 번도 실패자로 규정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실 때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당신 홀로 골고다에 오르셔야 했지만, 그 길은 승리의 길이었습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걸음이 혹 의미 없는 전쟁과 같은 걸음은 아닌지 생각해 보십시다. 남들이 이루어놓은 것에 숟가락만 얹으려 하지 말고, 나의 수고와 희생과 노력 덕분에 누군가에게 유익을 주는 삶이 되십시다. 행운을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 행복을 만들어 전달하는 의미 있는 삶으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