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화요일) 아침의 묵상 – 때론 거절이 최고의 응답

20세기의 유명한 영성가인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은 젊은 시절 커다란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글을 책으로 펴내 유명세를 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 수없이 많은 습작을 했고, 한번은 정성껏 쓴 글을 출간해 달라고 잡지사에 의뢰했습니다. 머튼은 성당에서 무릎을 꿇고 ‘자신의 작품이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면 출간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마음에는 그 책이 출간되고 자신은 작가로서 명성을 얻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기대나 기도와 달리 그 책은 출판되지 못했습니다. 간절하게 기도했던 머튼의 기도가 거절당한 것입니다. 그 때 그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그러나 먼 훗날 머튼은 그 때 자신의 기도가 거절되어 책이 출판되지 못한 것이 최고의 응답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책 출간을 거부당한 후 머튼은 오랜 방황을 청산하고 수도사의 길을 가게 됩니다. 수도원에 들어간 그는 다른 수도사들과 함께 공동예배에 참석하면서 하루 4시간 이상 기도와 침묵 훈련을 했습니다. 그에게 글쓰기의 재능이 있음을 안 수도원 원장의 요구로 자서전을 쓰게 됩니다. 그게 1948년, 그의 나이 33살에 쓴 자서전 『칠층산』입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켜, 출간 첫해에만 60만 부가 팔렸습니다. 그 이후에도 강렬하고 깊이 있는 좋은 책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만일 젊었을 때 썼던 글이 출판되었다면, 그는 다시 수도원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는 자기 스스로를 작가라고 생각하고 글 쓰는 일에 전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깊은 기도와 묵상을 통해서 많은 영혼을 깨우치는 영감 있는 책을 써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첫 번째 출간되기를 기대했던 책의 거절로 그는 더 좋은 책들을 많이 쓸 수 있었고, 더 많은 사람에게 영적 유익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만들어가십니다. 우리가 바라보지 못한 것을 보시고,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큰 그림을 갖고 계십니다. 그래서 때로 우리가 간절히 기도해도 그 기도에 응답해주지 않으시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내가 바라는 대로 응답하기를 거절하신 것은 우리를 향해 큰 그림을 갖고 계신 당신의 계획하심대로 우리를 이끄시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기도에 응답하십니다. 그러나 그 응답이 내가 바라는 대로의 응답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니.”(마 7:7) 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구하라. 그리하면 구하는 대로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라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찾으면 찾아낼 것인데, 내가 찾으려 한 것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문을 두드릴 때 반드시 열릴 것인데, 때로는 내가 두드리지 않는 다른 문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거절’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거절이 아니라 ‘다른 대안의 응답’을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기도는 우리의 생각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것으로 하나님께서 응답하실 수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리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게 바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믿음의 기도입니다. 그렇다고 기도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당신의 계획을 이루어가십니다.

여러분, 오늘도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하십시다. 내 것을 고집하는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기도를 말입니다. 하나님이 주권을 인정하면, 때로 거절처럼 보여지는 것이 최고의 응답임을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