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화요일) 아침의 묵상 – 영성으로 사는 신앙

‘사랑의 편지’에 실린 한 독자의 편지 내용입니다. 아홉 살 아들과 다섯 살 딸아이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아들은 집에 가는 길에 도넛을 먹고 싶다고 하고, 딸은 붕어빵을 먹고 싶다고 야단이 난 것입니다. 둘의 말을 다 들어줄 수는 없고, 한 아이 말만 들어 주자니 차별하는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오빠가 먼저 동생에게 ‘가위, 바위, 보로 정하자’고 했습니다. 어린 동생은 아무 생각 없이 “그래!” 하며 신이 났습니다. 그러나 가위, 바위, 보를 잘 할 줄도 모르는 동생이 지게 되면 길거리에서 떼를 쓰며 울 것이 뻔하여 내심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둘의 가위 바위 보에서 동생이 이겼고, 우리는 사이좋게 붕어빵을 먹으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쉬워하는 아들을 위로해 주고자 “다음에는 오빠가 좋아하는 도넛 사 먹자.”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들이 살짝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동생은 맨날 가위 밖에 낼 줄 모르거든요. 오늘도 가위 낼 줄 알고 제가 일부러 보자기를 내서 져준 거예요. 잘했죠?”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 어른들은 서로 자기 것, 자기 밥그릇만 챙기고자 다른 사람 입장은 안중에도 없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부끄러워졌습니다. 우리 기성세대처럼 밥그릇 싸움으로 서로 경쟁하고 서로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조금만 더 양보하고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일부러 동생에게 져준다는 게 아홉 살 난 아들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빠는 어린 동생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희생했던 것입니다. 나만을 생각하고, 내가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고집하지 않는 것이 우리 인류가 살아가면서 평화를 만들어내는 방법입니다. 철학자 김상봉 교수는 그의 책 『영성 없는 진보』에서 영성을 ‘나와 전체가 하나라는 믿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학농민운동 이후 우리나라의 진보적 정치활동은 ‘전체를 위한 자기희생이었다’고 요약합니다. 나 자신의 이익이나 편리함을 추구하지 않고 어렵고 고통당하는 농민들이나 직공들을 위해 기꺼이 나를 희생한 것은 그들과 내가 하나라는 영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나와 너, 나와 우리가 모두 하나라는 개념은 성경이 이야기하고 있는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성경의 핵심구절인 요한복음 3:16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시지만, 나만을 사랑하시는 분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하시고, 세상의 모든 인간을 사랑하십니다. 그 사랑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세상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십자가의 죽음에 내어주셨습니다. 그게 최고의 사랑이고, 그게 영성입니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구주로 고백하고, 그 주님을 닮아가야 할 우리 신앙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그리하셨던 것처럼 다른 사람을 ‘나와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꺼이 나를 희생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갈수록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세태 속에서, 하나님께서 꿈꾸시는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나’ 또는 ‘우리’라고 하는 테두리 안에 갇혀 있으면 안 됩니다. 내가 만든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만 내 편이라고 생각하고, 그 밖에 있는 사람을 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참된 영성이라 할 수 없습니다. 갈수록 내 편과 네 편을 나누어 갈등하는 사회 속에서 참된 그리스도의 영성과 사랑으로 세상을 품고 기꺼이 희생하고 섬길 줄 아는 신앙인으로 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