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수요일) 아침의 묵상 – 친구가 있음에 감사하며

‘초토의 시’로 유명한 시인 구상(具常, 1919-2004)과 ‘황소’ 그림으로 유명한 서양화가 이중섭(李仲燮, 1916-1956)은 세 살의 차이가 나지만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는 친구였습니다. 구상이 젊은 시절 폐결핵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을 때의 일화입니다. 구상은 병치레를 하면서 허약해진 마음으로 친구들의 병문안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다 다녀갔는데, 유독 친하게 지내던 이중섭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구상은 기다리다 못해 섭섭한 마음이 들다가, 나중에는 이 친구에게 무슨 사고라도 생긴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중섭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기도 했는데, 그 때 구상이 이중섭을 삽화 그리는 직장에 알선해 주기도 했고, 개인전을 열도록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이중섭이 병문안을 오지 않자 섭섭했던 것입니다. 그러다 뒤늦게 이중섭이 찾아왔습니다. 구상은 반갑고 걱정되던 마음을 감추고 짐짓 부아가 난 듯 말했습니다. “몹시 서운하네, 자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그 누구보다 자네가 제일 먼저 달려올 줄 알았는데, 어찌 이제야 왔는가?” 그러자 이중섭은 “자네한테 정말 미안하게 됐네. 빈손으로 올 수가 없어서...”라고 말끝을 흐리며 꾸러미 하나를 꺼내주었습니다. 구상은 이중섭이 건네준 꾸러미를 풀어보다가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그 꾸러미 안에는 천도복숭아 그림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중섭은 이렇게 말을 이었습니다. “어른들 말씀이 천도복숭아를 먹으면 무병장수한다지 않던가. 그러니 자네도 이걸 먹고 어서 일어나게.” 구상은 한동안 말을 잊었습니다. 과일 하나 사 올 수 없었던 가난했던 그가 그림을 그려 가지고 오느라 늦게 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구상 시인은 2004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 천도복숭아 그림을 자신의 서재에 걸어놓았다고 합니다. 1956년 이중섭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시신을 수습하여 장례를 치러주기도 했습니다. 이중섭이 죽던 해에 구상이 발표한 ‘초토의 시’라는 15편의 연작시에는 이중섭을 추모하는 시가 한 편 들어 있고, 이중섭의 그림 중에는 구상의 가족을 그린 ‘시인 구상의 가족’이라는 작품도 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던 사이였습니다.

여러분, 친구란 어떤 존재일까요? 영국의 어느 출판사에서 ‘친구’라는 단어에 대해 가장 좋은 정의를 내린 사람에게 상금을 내건 공모전을 열었는데, 그 때 1등은 이것이었다고 합니다. “진정한 친구란 온 세상이 다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를 찾아오는 사람.” 그 외에도 “기쁨은 곱해주고, 고통은 나눠주는 사람,” “우리의 침묵을 이해하는 사람.” “많은 동정들이 쌓인 옷을 입고 있는 사람,” “언제나 정확한 시간을 가리키고 절대로 멈추지 않는 시계.” 등이 선택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족만큼이나 중요한 관계가 친구입니다. 때로는 가족 이상으로 친밀한 관계일 때도 있습니다. 친구의 조건 가운데 하나가 이해와 배려입니다. 때로는 내 생각과 다를지라도 이해해주고, 자신이 희생되더라도 배려해주는 사람이 친구입니다. 섭섭한 마음이 들다가도 얼굴을 보면 마음에 향기가 스며들고, 홀로 있더라도 생각만으로도 여유와 삶에 힘을 주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진정한 친구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풍파를 함께 겪어낸 사이여야 진짜 친구라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그렇게 해 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먼저 품을 열고 이해하고 품어주고 배려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시고, 오래 참으시고, 우리의 허물에도 품어주신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은 생각만 해도 마음에 즐거워지는 친구를 생각하며, 그를 위해 기도하면서 하루를 시작하십시다. 그리고 그리운 친구에게 전화나 문자로 고마운 마음을 전해 보십시다. 그런 친구가 있음에 감사하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