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높여줘야 높임 받는다.

중세시대 독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1141년, 바바리안 제국의 군주 울프 공작은 와인스버그에 있는 자신의 성에 갇힌 몸이 되었습니다. 성 밖에서 스와비아 제국의 프레데릭 공작이 동생 콘라드(Conrad) 왕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와 성을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포위된 기간이 너무 오래되자, 울프 공작은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와인스버그 성 안에 있는 부인들은 모든 것을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콘라드 왕에게 메시지를 보내 성안에 있는 모든 여성의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여성들이 성을 떠날 때 두 팔로 안고 갈 만큼의 자신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부인들의 요청은 받아들여졌고, 마침내 성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여인들이 성문을 빠져나오는데, 여인들의 품에는 이상한 짐들이 하나씩 들려 있었습니다. 여인들이 두 팔로 안고 온 것은 금붙이나 보석, 또는 아름다운 옷이 아니었습니다. 여인들은 자신의 남편들을 온 힘을 다해 안고서 성문을 빠져나왔습니다. 선량하고 신심이 깊었던 콘라드 황제는 이 예기치 않은 광경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리곤 그 자리에서 여인들뿐만 아니라 아내들이 품에 안고 온 남편들의 안전과 자유를 보장해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그는 그들 모두를 연회에 초대하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바바리아 군주와 평화협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그 후 그 성이 위치한 언덕을 ‘바이버트로이’(Weibertreu) 언덕이라고 불렀습니다. ‘바이버트로이’는 ‘여인들의 헌신, 정숙한 아내들의 성’이라는 뜻입니다.

여러분, 가장 소중한 것 하나만 가질 수 있도록 허락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소유하겠습니까? 1000년 전 와인스버그의 부인들은 자신의 남편을 대체 불가한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는 이야기에서 큰 감동을 줍니다. 오늘 우리 시대 블랙 유머(black humor) 가운데 ‘이사를 갈 때 남편은 강아지를 꼭 끌어안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내가 이사를 하면서 최소한 강아지는 버리지 않을 것이니 강아지 옆에 있으면 남편도 버림받지 않고 강아지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블랙 유머입니다만, 오늘 우리 시대의 세태를 꼬집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슬픈 마음이 듭니다.

잠언 31장에 ‘현숙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숙한 여인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살아 있는 동안에 남편에게 선을 행하고 악을 행하지 않는다’(잠 31:12)는 것이며, 더 나아가 ‘그의 남편은 그 땅의 장로들과 함께 성문에 앉으며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다’(31:23)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현숙한 여인은 남편에게 함부로 하지 않고 오히려 남편이 밖에서 기를 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는 것입니다. ‘장로들과 함께 성문에 앉는다.’는 것은 그 성읍에서 존귀한 자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아내의 수고와 희생과 격려를 통해서 말입니다. 어쩌면 오늘 우리 시대에 맞지 않는 여인상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아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관계가 그래야 합니다. 아내가 남편을 그렇게 극진하게 위해 주는 것처럼, 남편 또한 아내를 극진히 위해 주어야 합니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같이 사람이 그의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잠 27:17) 친구 사이도 서로를 빛나게 해 주는 관계여야 한다고 말씀한 것입니다. 아내나 남편, 그리고 친구는 내가 살면서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사람입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을 높여주는 것이 곧 나의 존재 가치를 높이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높여주고 존귀히 여겨주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내가 그를 높여주는 것만큼, 그를 통해서 나도 존귀한 자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