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 (월요일) 아침의 묵상 – 우리의 삶은 밀알입니다.

독립운동가 안중근(安重根, 1879-1910)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9시 30분 경, 중국 하얼빈역에서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일본의 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 1841-1909)를 사살했습니다. 이토히로부미는 1905년 조선에 통감부가 설치되자 초대 통감으로 부임하여 한국 병탄의 기초공작을 수행했습니다. 그리곤 거사가 있던 해인 1909년 통감을 사임하고, 추밀원의 의장이 되어 만주 시찰을 겸하여 러시아의 재무대신과 회담을 위해 중국 하얼빈역에 도착했습니다.

  거사를 앞둔 하루 전날 안중근은 자신의 마음을 담은 ‘장부가’(丈夫歌)를 지어 동지 우덕순(禹德淳, 1880-1950)에게 주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장부가 세상에 처함이여 그 뜻이 크도다.
때가 영웅을 지음이여 영웅이 때를 만드는도다.
천하를 응시함이여, 어느 날에 업을 이룰 것인가?
동풍이 점점 차가워지니 장사의 의가 뜨겁도다.
분연히 떨쳐 일어나 나가니 반드시 목적을 이룰 것이다.
쥐도적 이토여 어찌 즐겨 목숨을 비길고.
어찌 이에 이를 줄을 헤아렸으리오. 시세가 고연하도다.
동포 동포여! 속히 대업을 이룰지어다.
만세 만세여 대한독립이로다
만세 만세여 대한 동포로다.”

  안중근은 히토 히로부미를 ‘쥐도적’이라고 표현합니다. 몰래 남을 것을 훔쳐먹는 쥐새끼같이, 조선을 위한다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조선을 도적질하는 도둑이라는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자신이 이토히로부미를 죽일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기겠지만, 이토히로부미를 죽인다고 목적을 이룬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토히로부미를 죽이는 것보다 더 큰 일(대업)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대한의 독립이었습니다. 자신은 대한의 독립을 위해서 기꺼이 목숨 하나를 바칠 뿐입니다. 그러면서 남아 있는 동포들에게 가만히 있지 말고 궐기하여 대한독립이라는 대업을 이루라고 호소합니다. 그렇게 안중근 의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이루고 31세의 젊은 나이에 사형을 당해 세상을 떠납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제거했다고 해서 대한의 독립이 바로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안중근 의사가 장부가에서 노래한 것처럼 아직 대업은 남아 있습니다. 자신은 그 일에 아주 작은 한 부분만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의 바람처럼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목숨을 걸고 독립을 위해 투쟁했고, 결국 대한의 독립을 이루어냈습니다.

  그렇습니다. 무엇이든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 한 번이 큰일(거사)라 하더라도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 꿈꾸시며, 복음을 전하여 이루길 원하시는 하나님의 나라는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분명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갈 일꾼들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목숨을 바쳐 순교의 자리에까지 간다 하더라도 그 한 번의 순교를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되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수고와 노력이 이어지고 또 이어져야 합니다.

  나 한 사람의 희생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그 일을 포기하거나 게을리할 수 없습니다. 나의 작은 희생과 수고를 통해서 하나님의 크신 뜻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작은 빗방울이 모여 웅덩이가 되고, 작은 시냇물이 모여 큰 강물을 이루듯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오늘도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내게 주어진 삶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가고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게’(요 12:24) 되어 있습니다.

  오늘 나의 삶과 희생은 세상에 작은 씨를 하나 심는 것입니다. 그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언젠가 우리가 꿈꾸는 세상,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세상이 우리의 작은 희생을 통해 만들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