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아집을 깨는 것은 들음입니다.

칠레 출신의 작가 미구엘 세라노(Miguel Serrano, 1917-2009)가 쓴 『헤세와 융』이라는 책에, 저자가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 1876-1961)과 대화 중에 나눈 이런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 제자가 스승을 찾아가 ‘아트만(atman)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아트만’은 인도철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개념입니다. ‘아트만이 무엇이냐?’는 제자의 물음에 스승은 ‘그것은 모든 것이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제자는 ‘마하라자의 코끼리도 아트만이겠네요?’라고 우겼습니다. 스승은 ‘그렇지. 너도 아트만이고, 마하라자의 코끼리도 그렇지’라고 대답합니다. 이런 대답을 듣고 제자는 만족스럽게 떠났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제자는 마하라자의 코끼리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는 길에서 비켜서지 않았습니다. 만일 자신이나 그 코끼리 모두 아트만이라고 한다면 코끼리가 자신을 알아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코끼리를 몰고 오던 사람이 그를 향해 ‘비키라!’고 소리쳤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코끼리가 그를 감아서 길가로 던져버렸습니다. 다음 날, 상처투성이가 된 제자가 다시 스승에게로 가서 말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저와 코끼리가 모두 아트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코끼리가 제게 무슨 짓을 했는지 보십시오.” 스승은 조용히 듣고 있더니 ‘코끼리를 모는 사람이 뭐라 하더냐?’고 물었습니다. ‘길에서 비키라고 했습니다.’라고 제자가 대답하자, 스승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면 그가 말한 대로 했어야지, 코끼리를 모는 사람도 아트만이니까.”

물론 칼 융이 말한 이 이야기는 비유이고 우화입니다. 인도의 힌두교는 범신론(汎神論)을 믿습니다. 모든 것이 신이고 아트만이라고 말입니다. 그런 사상 속에서 칼 융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그는 우리 인간이 때로 너무나도 편협된 생각에 사로잡혀 살곤 한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지극히 작은 부분을 알고 있을 뿐인데, 자신이 생각한 것이 전부이고 진리인 것처럼 말입니다. 스승은 분명 ‘모든 것이 아트만’이라고 말했습니다. 너 자신도 아트만이고 코끼리도 아트만이라고요. 이건 비단 그 둘만 아트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코끼리를 모는 사람도 아트만이고, 말없이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도 아트만입니다.

우리 기독교 신앙과 너무나도 다른 우화입니다만, 우리는 여기에서 한 가지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세상은 결코 나 중심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자기중심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나 판단하는 것이 자기중심적입니다. 그런 자기중심적인 인간의 본성이라면 우리의 이성은 그런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보다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나를 나 중심적이 아니라 다른 이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그렇게 나 중심적이지 않고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자기주장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 관점을 듣고 수용할 때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앞선 이야기에서 제자는 자신이 생각했던 자신과 코끼리만이 아트만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코끼리를 모는 사람의 소리를 듣지 않았습니다. 듣는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심지어 성경은 ‘믿음이 들음에서 난다.’(고전 10:17)고 말씀합니다. 듣지 않으면 믿음이 만들어지지 않고, 우리에게 구원의 길은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신앙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여 판단하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여러분, 오늘도 나 중심적이라는 아집 속에 매이지 않는 삶을 사십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들어야 합니다. 듣는 것에 주의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는 복된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