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월요일) 아침의 묵상 – 거절할 수 있는 용기

  1942년 7월 13일 새벽, 폴란드의 도시 비우고라이(Birgorai)에 머물던 101예비경찰대대 대원들은 기상 나팔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 대원들은 대부분 독일 함부르크에서 온 중년 가장으로,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정규군에 복무하기에는 나이가 많아 후방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치안경찰에 배치되어, 독일의 점령지인 폴란드에 3주 전에 도착했습니다. 그들은 지급된 탄약을 소지하고, 대기 중인 군용트럭에 올라타 아직도 어둠이 짙게 깔린 도로를 달려 유제푸프(Jozefow)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유제푸프는 전형적인 폴란드 마을이었고, 주민 가운데 약 1800명이 유대인이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은 빌헬름 트라프(Wilhelm Trapp, 1889-1948) 소령으로부터 그 날의 임부를 부여받았습니다. ‘마을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을 모두 집결시키라’는 것이었습니다. 트라프 소령은 ‘여기에 사는 유대인들은 독일군에 저항하는 게릴라와 연류되어 있고, 독일 상품을 보이콧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른 새벽 끌려온 1800여 명의 유대인 주민들 가운데 일할 수 있는 남자들은 선별되어 강제노동수용소로 끌려갔고, 나머지 여자들과 어린이와 노인 등 1500여 명은 마을 인근 숲으로 끌려가 모두 사살되었습니다. 이런 학살은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무려 17시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을 학살하기 전 트라프 소령은 약 480여 명의 대원들에게 ‘사살 집행에 참가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빠져도 좋다.’고 말했고, 실제로 약 10여 명의 대원들이 유대인 학살에 참여하지 않고 빠졌습니다. 집단 학살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음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학살에 참여한 대원들 중에도 17시간 동안 계속된 학살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수시로 사살의 자리에서 교대 요청을 함으로써 충격에서 벗어나려 했습니다. 그 학살을 현장 지휘했던 트라프 소령 역시 유대인 학살이 마뜩지 않았습니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게 나에게는 맞지 않는 직업이다. 하지만 명령은 명령일 뿐이다.”

  참으로 가슴 아픈 역사적 사건입니다. 독일 나치에 의해서 자행된 무차별한 유대인의 학살은 인류 역사에서 결코 잊혀질 수 없는 비극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의지로 그런 참혹한 학살에 거부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학살에 빠지고 싶으면 빠져도 된다.’는 말에 용기를 냈던 사람들입니다. 물론 그들에게 불이익은 주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 상황에서는 ‘빠지고 싶은 사람은 빠지라’는 말을 들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어떤 책임을 스스로 지려는 각오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단이었을 것입니다. 당시 분위기로 결코 쉽지 않는 결단을 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나치에 의해서 유대인을 학살하는 것과 같은 억압적이고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악이 강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악에 동조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고 우리의 사고를 왜곡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악의 압력 속에서 우리는 분명한 거부의사를 가져야 하고, 때론 용기를 내어 악에 동조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그게 우리가 악을 이겨내는 방법입니다. 요셉이 ‘나와 동침하자’고 유혹하는 주인아주머니의 말에 ‘내가 어찌 하나님 앞에 이 큰 악을 행할 수 있겠느냐?’(창 39:9)고 선언하고, 붙잡는 옷을 벗어버리고 도망치듯 그 자리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말입니다.

  여러분, 우리 상황은 너무 자주 우리의 분명한 결단을 요구합니다. 1500명의 유대인을 학살하라는 어머어마한 지시는 아닐지라도, 마귀는 오늘도 ‘죄에 동조하라’며 우리를 유혹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선한 양심으로 악에 동조하거나, 악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하루를 시작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