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금요일) 아침의 묵상 – 말할 용기, 침묵할 용기

2010년 4월 20일 밤, 미국 루이지애나 해변에서 약 64km 떨어진 멕시코만에서 영국의 국제석유 업체가 관할하던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이라는 석유 시추 시설이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 폭발로 엄청난 불길이 하늘로 치솟았고, 열한 명의 노동자가 화염에 휩싸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석유 시추 시설인 딥워터 호라이즌은 폭발 36시간 만인 4월 22일 침몰했지만, 이후 5개월 동안 대략 7억 7천만 리터의 원유가 유출되면서 해안은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이고 말았습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재앙’이라 명명했던 이 사건으로 인해, 해양 생물들이 오염되고, 기름띠가 퍼지면서 멕시코만 일대의 어업과 관광사업은 초토화되고 말았습니다. 2007년 우리나라 태안에서 일어난 기름유출 사고로 유출된 기름의 약 60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기름이 유출되는 대형 사고였던 것입니다. 텔레비전을 통해서 원유를 뒤집어쓴 펠리컨의 모습과 해저에서 끊임없이 솟아나오는 기름으로 시커멓게 오염된 바다와 해안의 현장을 보면서 미국인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폭발사고에서 살아남은 노동자들 중 많은 이들은 그게 놀랄만한 일이 아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사고가 있기 한 달 전에 위험관리 전문 회사인 ‘로이즈 리지스터 그룹’의 조사원들이 이 시설에 대해 안전 점검을 실시했습니다. 조사원들이 40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했는데, 조사받은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사고의 위험을 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절반 가까운 노동자들이 이 위험한 상황에 대해 조사원들에게 솔직하게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진술하기를 꺼려했던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위험한 상황에 대해서 정확하게 진술했다면 이런 끔찍한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때로 집단의 유익을 위해 자신이 가진 다른 생각을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때론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과 다를지라도 침묵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 생각이나 판단이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나의 침묵이 큰 재앙을 불러오고, 그로 인해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면 침묵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문제는 어느 때엔 침묵해야 하고, 어느 때엔 용감하게 말해야 하는지 우리가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혜를 구해야 합니다. ‘무엇이 옳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실 때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왕이여! 하늘에는 평화요 가장 높은 곳에는 영광이로다!”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저들을 책망하라.’고 요구합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만일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눅 19장) 평소 예수님은 당신 자신이 메시아라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드러나길 원치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예루살렘에 올라가실 때에는 달랐습니다. 당신이 ‘다윗의 자손, 찬송받으실 메시야’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으셨습니다.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고까지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침묵해야 할 때가 있고, 소리질러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나의 침묵이 유익이 될 때가 있고, 재앙이 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나의 유익이나 불이익을 따지지 말고, 하나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오늘도 나의 목소리를 필요할 때 기꺼이 말할 용기를 가지고, 침묵해야 할 때에는 침묵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하루를 시작하십니다.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모두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