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

1957년 8월 30일, 한 청년이 경주경찰서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 청년으로 인해 경주경찰서는 발칵 뒤집히게 됩니다. 그 청년은 경찰서에서 자신이 이승만 대통령의 양아들인 이강석이라고 소개했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9일 전인 8월 21일, 강력한 태풍 아그네스가 남해안에 상륙하면서 경상도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습니다. 인명피해가 무려 486명이었고, 4만 명이 넘는 이재만이 발생했습니다. 경주경찰서에 나타난 이강석은 자신이 대통령의 특병을 받고 태풍 피해상황을 살피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경주경찰서장은 “대통령 각하의 아드님께서 여기까지 와 주셔서 소인 한평생의 영광입니다.”라고 아첨을 떨며 극진히 대접했고, 영천경찰서에서도 같은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정체가 사흘 만에 들통나고 말았습니다. 그는 대통령의 아들 이강석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당시 경북도지사의 아들이 이강석과 서울대학교 동창이라, 이강석을 알고 있었던 도지사가 가짜인 그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그는 결국 사기죄 등으로 체포되었습니다.

가짜들이 진짜인양 행세하는 일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17세기 초 러시아의 혼란기에 가짜 드미트리 황제가 등장했습니다. 이반 4세(Ivan IV, 1530-1583)가 죽은 후 그의 아들 표도르 1세(Fyodor I, 1557-1598)가 후사를 남기지 않고 사망하자, 이반 4세의 또 다른 아들인 드미트리 2세가 어딘가에 살았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그러던 중 계속되는 흉년으로 민심이 흉흉한 틈을 타서 ‘이반 4세의 막내인 드미트리 왕자’라고 자칭하는 자가 나타나서, 1605년 러시아의 황제로 등극하여 1년 가까이 통치를 하게 됩니다. 결국 그의 정체가 들통나고 1년 만에 살해되고 말았습니다. 이후에도 자신을 드미트리라고 주장하며 반란을 일으키거나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희안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유대 역사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헤롯 대왕(Herod the Great, 주전 73-4)은 자신의 왕권을 노린다는 이유로 알렉산더를 비롯한 3명의 자기 아들을 처형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자신이 헤롯대왕의 아들 알렉산더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나타나 ‘자신은 죽기 직전에 기적적으로 살아났노라’고 말하며 가는 곳마다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았습니다. 그가 로마에 이르자 많은 유대인들이 그를 열렬히 환호하며 왕으로 옹립하려고 자금을 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알렉산더와 친분이 있었던 아우구스투수에 의해서 그가 가짜라는 사실이 들통났고, 그를 비롯해 그를 부추겼던 수많은 사람들이 처형을 당해야 했습니다.

왜 사람들은 가짜 행세를 할까요? 그것은 마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짜 행세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따르기도 하고, 돈을 대기도 하고, 추앙하기도 합니다. 가짜이지만 권력이 주어지면 그 권력의 맛에 심취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짜라는 사실이 들통나면 한없이 추락하고 맙니다. 오늘날에도 자신이 ‘재림의 주’라고, ‘메시아’라고 가짜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이 그것에 속아 넘어간다는 사실입니다. 누가 보아도 가짜인데, 어떤 이들은 그 가짜를 진짜라고 믿고 따른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바른 판단력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바른 판단력을 가지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1992년 10월 28일 주님이 재림한다고 역설했던 다미선교회에 속은 사람들 중에는 대학교수 등 지성인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지성으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하지 못한 것입니다.

여러분, 오늘도 우리를 미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미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바른 판단력을 가져야 합니다. 아니 바른 판단력을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는 마귀’(벧전 5:8)에게 속지 않도록 말입니다. 오늘도 정신을 바짝 차리로 거짓에 현혹되지 않고, 진실만을 따라가는 복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