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드레퓌스 사건(Dreyfus Affair)의 교훈

1894년 프랑스에서 ‘드레퓌스 사건’(Dreyfus Affair)이라 불리는 정치 스캔들이 벌어집니다. 35세의 알자스 출신의 프랑스 포병장교인 알프레드 드레퓌스(Alfred Dreyfus, 1859-1935) 대위가 파리 주재 독일 대사관에 프랑스의 군사기밀을 누설한 혐으로 체포되었습니다. 그는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종신형이 선고되었지만, 사실 그의 간첩혐의는 증거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단순히 그가 유대인이라는 것 때문에 종신형을 받고 프랑스령 기아나의 ‘악마의 섬’으로 유배되어 5년간 혹독한 환경 속에서 수감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범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프랑스 군부는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진범인 에스테라지(Esterhazy, 1847-1923) 소령에게 무죄를 선언하면서, 계속 드레퓌스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웠습니다. 진범 에스테라지에게 무죄를 선고한 지 이틀 후에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졸라(Émile Zola, 1840-1902)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으로 편지를 써 일간신문에 게재하면서, ‘군부가 드레퓌스에 대한 유죄선고가 잘못되었음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에밀 졸라의 글은 당시 프랑스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고, ‘드레퓌스 사건을 재심하라’는 탄원서에는 프랑스의 지식인 등 3천여 명이 서명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프랑스 군부와 가톨릭교회, 그리고 우익단체를 중심으로 한 재심 반대파는 에밀 졸라의 기사를 길거리에서 불태우는가 하면, 그의 초상화를 내걸며 ‘졸라를 죽여라! 유대인을 죽여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군중을 선동했습니다. 그 여파로 유대인 상점은 약탈당하고, 유대인에게 터러가 자행되는 등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결국 재판의 잘못을 지적한 에밀 졸라는 기소되었고, 명예훼손죄로 1년간의 징역형과 3천 프랑의 벌금이 선고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사건이 일어난 지 12년이 지난 뒤인 1906년, 프랑스 최고재판소는 군법회의의 유죄 판결을 오판으로 파기하면서 드레퓌스에게 무죄를 선고하게 됩니다.

드레퓌스가 증거도 없이, 그리고 진범이 나타났음에도 계속해서 누명을 뒤집어쓴 이유는 그가 유대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범이었던 에스테라지는 재심 요청이 거세지자 두려움을 느끼고 벨기에를 걸쳐 영국으로 도망을 쳤고, 프랑스는 이후에도 그를 재판하기 위해 소환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드레퓌스 사건은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 정신에 입각하여 시작된 프랑스 혁명이 국가주의와 반유대주의라는 프레임 안에서 처참히 무너져내렸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는 글을 쓴 이유도 그런 프랑스 혁명의 정신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후 아무리 힘 있는 자가 누른다고 해서 진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언급할 때 ‘드레퓌스 사건’이 회자되곤 했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잘못을 숨기려 하거나 범죄를 가리려 하지만 결코 숨겨질 수도, 가려질 수도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내 눈이 가려져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하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우리 인간은 때로 자신의 눈만 감으면 진실을 감출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합니다.

로마서 14장에서 말씀합니다. “이러므로 우리 각 사람이 자기 일을 하나님께 직고하리라.”(롬 14:12) ‘직고한다’는 말은 ‘말씀드린다, 셈을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은밀히 행한 것까지도 하나님 앞에 다 드러나 자기 스스로 자기의 죄와 은밀히 행한 것에 대해 하나님께 아뢸 수밖에 없는 때가 반드시 온다는 것입니다. / 여러분, 그렇습니다. 하나님 앞에 감출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아무리 은폐하려 해도 언젠가 진실이 드러나는 것처럼, 하나님 앞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오늘 하루, 하나님 앞에 설 때 우리의 삶과 행동에 대해 부끄럽지 않도록 올곧게 사십시다. 진실은 결코 가려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