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월요일) 아침의 묵상 – 낭중지추(囊中之錐)가 아닙니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란 말인데,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주머니 속에 송곳이 감추어도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처럼, 감추어지지 않도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 말이 나온 배경은 이렇습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조(趙)나라에 평원군(平原君)이라는 정치가가 있었습니다. 무령왕의 아들로 왕이 되진 못했지만, 많은 선비들에게 자신의 집을 내어주고 그곳에 머물며 자신의 문하에서 수학하도록 했습니다. 그의 집에 머물며 공부한 사람이 3천 명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주전 259년, 조나라가 장평대전에서 진(秦)나라에게 참패하여 국가적 위기에 내몰리게 됩니다. 이에 평원군은 초나라에 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사신으로 가게 되는데, 자기 집안에 머문 사람 가운데 문무(文武)를 겸비한 20명의 인재들을 데리고 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인재를 뽑는데, 무가 뛰어난 사람은 문이 약하고, 문이 뛰어난 사람은 무가 약해, 20명을 채울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막 한 명을 채우기 위해 고민하고 있을 때 그의 집에서 3년간 머물렀던 모수(毛遂)라는 사람이 나서며 자신이 가겠다고 합니다. 평원군은 ‘자신의 집에 3년을 머물렀지만 주변 사람들이 칭찬하는 소리도 없었고 자신도 그의 특별함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무슨 뜻으로 가려 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낭중지추입니다. 분명 자신의 문하에 있었다면, 그리고 그에게 특별함이 있었다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눈에 띄었을 것인데 띄지 않았다는 뜻으로, 모수에게서 아무런 특별함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모수의 설득에 평원군은 그를 데리고 가고, 초나라에 도달하는 동안 함께 갔던 19명의 문무를 겸비한 다른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에 굴복하고 맙니다. 또한 초나라가 진나라의 눈치를 보며 원군을 보내달라는 평원군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자, 모수가 용기있게 나서서 초나라의 왕을 굴복시키게 됩니다. 평원군은 고국으로 돌아온 이후 ‘더 이상 선비들의 상을 보지 않겠노라.’고 선언합니다. 비록 낭중지추처럼 밖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모수와 같은 유능한 인재도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낭중지추는 뛰어난 인재는 반드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어 있다는 뜻이지만, 이 이야기는 모수와 같이 뛰어난 인재도 그의 능력이 때론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줍니다.
그렇습니다. 꼭 눈에 띄게 드러나야만 하는 게 아닙니다. ‘숨은 고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엔 띄지 않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깊은 내공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낭중지추처럼 꼭 드러나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뛰어난 사람은 은연 중에 그의 특출함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많은 경우 그렇습니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성경은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약 2:1)고 말씀합니다. ‘외모를 본다’는 말은 차별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개역개정) 하나님이 우리의 마음, 우리의 중심을 보시는 분이신 것처럼 하나님의 사람인 우리 역시 외모보다 내면을 보려 해야 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보지 못하기에 자꾸만 눈에 보이는 외모로 평가하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내면을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 나도 내 자신의 내면을 가꾸는데 더 심혈을 기울이게 됩니다. 낭중지추 – 뛰어난 재능과 능력은 감추려 해도 밖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 안에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의 자녀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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