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화요일) 아침의 묵상 – 친구란?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노요지마력(路遙知馬力) 일구견인심(日久見人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의 힘은 먼길을 가봐야 알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은 세월이 흘러야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말에는 이런 유래가 있습니다. 노요(路遙)와 마력(馬力)은 좋은 친구였습니다. 노요의 부친은 부자였고, 마력의 아버지는 그 집에 머슴이었다. 비록 두 사람은 주종 관계였지만 사이가 좋아 늘 같이 공부하고 놀곤 했는데, 어느덧 두 사람은 장성하여 결혼을 해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노요는 재산과 세력이 있어 배필 얻는데 아무 걱정이 없었지만, 마력은 너무 가난하여 결혼의 꿈을 접은 채 낙담하고 있던 차에, 색시감을 소개받았지만 예물을 구할 길이 없었습니다. 마력은 같이 공부했던 노요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노요는 ‘돈을 빌려주는 대신에 신혼 방에서 자신이 마력 대신 신부와 3일 밤을 지내게 해달라’는 터무니없는 제안을 했습니다. 마력은 화가 나 어쩔 줄 몰랐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응락하고, 마침내 좋은 날을 택하여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아내를 노요에게 맡기고 마력은 고통의 3일을 보내야 했습니다. 나흘째 되는 날, 날이 어두워지자 마력은 신혼 방에 들었으나 너무나 고뇌에 차서 베개를 끌어안고 바로 잠을 자려 했습니다. 그런데 신부가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서방님, 어찌하여 처음 사흘은 밤새 앉아서 책만 보시더니 오늘은 홀로 잠드시려 하십니까?” 그제서야 마력은 노요가 한바탕 장난을 친 것을 알고 크게 기뻐했습니다. 이후 마력은 친구에게 신세 진 것을 갚기 위해 밤을 낮 삼아 공부하여 마침내 도성에 올라가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관직에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반면 부유했던 노요는 베풀기를 좋아한 탓에 물려받은 재산을 다 탕진하고 궁핍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루하루 연명하기가 힘들어지자 옛적에 도와준 친구 마력을 생각하고는 부인과 의논한 후 도성으로 마력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습니다. 마력은 노요를 보고 크게 기뻐하며 함께 술잔을 기울였지만, 노요가 사정을 설명해도 듣는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곤 며칠이 지나자 “노요 형, 형수님이 기다리시니 집으로 가야지요.” 하며 노요를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노요는 기가 막혔지만 어찌할 도리 없이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노요가 동네 입구를 들어서는데 자기 집 쪽에서 통곡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급히 집에 가보니 부인이 관 하나를 끌어안고 울고 있었습니다. 노요를 본 가족들은 깜짝 놀라며 기뻐했습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마력이 사람을 시켜 관을 보내며 ‘노요가 도성에서 급병을 얻어 약도 못 쓰고 죽었다’고 전했다는 것입니다. 웬일인가 하여 관을 열어보니 그 속에는 금은보화가 가득하였고, 그 위에 편지 한 장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노요 형이 우리 신혼 3일을 지켰으니, 나도 형수님을 한바탕 울게 하였소.”

우리가 살아가면서 참 많은 사람과 만납니다. 그러나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내가 힘들 때 어깨를 빌릴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겪어보지 않으면 쉽게 그를 기댈 수 없습니다. 잘못하면 힘들 때 기대려는 마음을 이용하여 그가 오히려 내게 손해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지켜보며 그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를 향한 진실된 마음을 알게 되면 힘들 때나 기쁠 때나 그에게 나의 마음을 열어놓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이를 우리는 친구라고 말합니다. 친구(親舊)라는 말 자체가 ‘오랫동안 사귀어온 벗’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친구라고 불러주셨습니다.(요 15:15) 그래서 우리는 친구이신 주님께 우리의 아픈 마음, 슬픈 마음, 힘든 마음, 기쁜 마음 등 모든 마음을 나눌 수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의 친구이신 주님과 함께 하며, 주님께로부터 마음에 위로를 얻고, 내 주변에 진실한 친구를 위해 기꺼이 내 어깨를 내어주는 복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