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은혜는 흘러보내야.

이런 우화가 있습니다. 잠자리 한 마리가 가만히 풀 위에 앉아 있는데, 한 아이가 살금살금 다가와 있는 힘껏 잠자리채를 휘둘렀습니다. 잠자리채가 움직이는 소리에 잠자리는 날개를 펴 잠자리채를 피했습니다. 가까스로 죽음을 모면한 잠자리가 아이를 향해 말했습니다. “메롱~ 나에겐 날개가 있어서 네까짓 거한테 절대로 안 잡히지.”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잠자리는 온몸을 뒤틀며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아이에게 말을 하다가 그만 거미줄에 걸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파르르 날개를 떨고 있는 잠자리를 보며 거미가 말했습니다. “너에게 날개가 없었다면, 이렇게 거미줄에 걸리진 않았겠지. 아무리 움직여 봐야 소용없어, 움직일수록 더 조여들 뿐이니까.” 거미는 그렇게 말하고 재빠른 동작으로 잠자리에게 다가갔습니다. 그 순간 산새 한 마리가 허공을 가르며 총알처럼 날아왔습니다. 산새는 표적처럼 박혀 있던 거미를 낚아채듯 물고 갔습니다. 그리고 신음하는 거미에게 산새가 말했습니다. “거미야, 미안해. 네가 몸을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만 않았어도 나는 너를 보지 못했을 거야.”

자신에게 주어진 장점을 자랑하다가 위기에 빠질 수 있음을 가르쳐줍니다. 인간은 세 가지 착각 속에 산다고 합니다. 젊었을 때에는 ‘언제나 청춘이어서 늙지 않을 거야.’라고 착각하고, 건강할 때에는 ‘자신은 아프지 않고 병을 모르고 살 것’이라고 착각하고, 돈을 잘 벌고 잘 나갈 때에는 ‘영원히 풍요롭게 살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그런 착각이 우리로 하여금 어깨를 우쭐거리게 만들고, 때로는 교만에 빠지게 만듭니다. 그런 교만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늘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 부족함을 하나님의 은혜로 채우려는 사람이 바로 신앙인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교만은 패망의 선봉’(잠 16:18)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동시에 ‘하나님께서는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약 4:6)고 말씀하십니다.

겸손은 단순히 자기를 낮추는 것에 머물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포항공대 초대 학장을 지낸 김호길(金浩吉, 1933-1994) 박사가 서울대학교에 다닐 때 방학이 되어 안동에 있는 고모 집에 갔는데 옷깃에 달린 서울대 배지를 보고 고모부가 이렇게 충고했습니다. “이 시골에 공부는 잘해도 가정 형편이 안 되어 대학은커녕 중학교도 못 다니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그런데 네가 대학 다닌다고 서울대 배지를 달고 다니면 그 많은 청소년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다. 그리고 너처럼 좋은 대학 못 다니는 학생은 너 때문에 얼마나 기가 죽겠느냐? 너 혼자 기세등등하게 자랑하고 다니는 동안 많은 사람이 속으로 피눈물을 흘린단다.” 고모부의 말을 듣고 그는 그 이후로 대학 배지를 달아 본 적이 없었고, 평생 남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자리에 있게 되면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김호길 총장의 동생이 한동대 초대 총장인 김영길 박사입니다.

여러분, 우리에게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나은 뭔가가 주어졌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어깨를 우쭐거릴 것이 아니라 나보다 못한 사람을 배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다른 이를 돕고 섬기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게 우리에게 뭔가를 더해 주신 하나님의 뜻입니다. 우리가 받아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하나님께로부터 은혜로 받은 것입니다. 은혜는 언제나 나에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에게 흘러보내야 합니다. 흘러보내기 위해서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있다면 그것은 겸손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자격이 없는 나에게 하나님께서 긍휼을 베푸시어 은혜를 주셨다는 마음입니다. 오늘 하루도 그런 겸손의 마음으로 내게 주신 은혜를 누군가에게 흘러보내는 복된 날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