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우리를 알아주시는 주님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 두 아이를 둔 엄마가 있었습니다. 남편은 얼마 전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죽은 남편이 가해자로 몰려 그 가족은 맨몸으로 길거리로 쫓겨났습니다. 가까스로 살 곳을 마련하고, 변변찮은 이불과 옷 몇 개로 셋이 함께 살았습니다. 엄마는 아침 6시에 집을 나와 빌딩 청소를 하고, 낮에는 학교 급식을 돕고, 밤에는 식당에서 접시를 닦으며 힘겹게 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집안일은 초등학교 3학년인 맏이가 맡았습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그런 삶에 점점 지켜가던 엄마는 이렇게 고달픈 삶을 계속 살아갈 힘을점점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냄비에 콩을 잔뜩 안쳐 놓고 집을 나서며 메모를 남겼습니다. “영호야, 냄비에 콩을 안쳐 놓았으니, 이것을 조려 저녁 반찬으로 해라. 콩이 물러지면 간장을 넣어 간을 맞추면 된다. 엄마가.” 그리고 그날도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다 지친 엄마는 ‘오늘은 꼭 죽겠다’는 생각으로 수면제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두 아이는 이불을 덮고 나란히 잠들었는데, 맏이의 머리맡에 ‘엄마에게’ 라고 쓰인 쪽지가 놓여있었습니다. 그 쪽지를 보고 엄마는 수면제를 버리고, 맏이가 만든 콩자반을 눈물범벅이 된 채 먹었습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엄마! 오늘 엄마 말대로 콩이 물러졌을 때 간장을 부었는데, 동생이 짜서 못 먹겠다고 투정해서 한 대 때렸더니 울다가 잠들었어요. 열심히 콩을 삶았는데... 엄마! 용서해 주세요. 내일은 나가기 전에 저를 꼭 깨워 콩 삶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엄마! 피곤하지요? 꼭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엄마 고생하시는 것 저희도 다 알아요, 엄마! 우리 먼저 잘게요.”

아이의 짧은 메모는 엄마의 힘든 마음을 위로해주었습니다. 더 이상 힘든 세상 살아갈 용기가 없을 때 그 짧은 말은 살아갈 용기를 주었습니다. ‘주는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알아주는 것’이란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내 마음을 알아주면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누군가가 내 힘듦을 알아주면 이겨내고 버틸 수 있습니다. 그가 나에게 다른 어떤 도움을 주지 않아도, 그저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큰 힘을 얻습니다. 행복은 알아달라는 삶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알아주는 데서 얻어집니다. 다른 이에게 ‘나를 알아달라’고 하면 관계가 아름다워질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주려 하면 그 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행복해집니다. 알아달라고 할 때 알아주지 않으면 섭섭한 마음이 들지만, 알아주려 할수록 넉넉함과 감사를 느끼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 주님은 언제나 우리를 알아주십니다. 때론 우리가 등을 돌릴지라도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기다려주십니다. 우리가 연약하여 넘어질 때에 꾸짖지 않으시고 우리의 연약함을 알아주시고 힘을 주십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으시니라.”(히 4:15) ‘연약함을 동정하신다’는 말은 우리의 약함을 다 아신다는 뜻입니다. 비록 죄가 없으신 분이기에 우리와 차원이 다른 분이시지만,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셨기에 시험을 받은 우리의 마음도 알아주시고, 연약해질 때에도 우리의 약함을 아시고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그래서 내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될 때, 묵묵히 우리를 바라보시며 우리의 마음과 형편을 아시는 주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그 어떤 힘듦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오늘도 힘든 일을 당할지라도, 억울한 일을 만날지라도, 때론 외롭다고 느낄지라도 우리를 알아주시는 주님께서 잠잠히 우리를 바라보시며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힘을 내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