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목요일) 아침의 묵상 – 위선의 욕망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인문주의자인 에라스무스(Erasmus, 1469-1536)는 그가 쓴 『우신예찬』에서 해학과 풍자로 당시의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 중 수도사들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 쓸모없는 자들은 하찮고 자질구레한 규율에 집착하며 자신들은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 할 뿐 아니라 우월감에 젖어 남들을 멸시합니다. 사도들의 사랑을 실천한다고 큰소리치는 자들이 규율에서 정한 것과 다르거나 조금이라도 진한 색깔의 수도복을 입은 수도사를 보면 놀라 자빠질 만한 비극을 연출합니다. 특히 엄격한 수도사들 중에 곁에는 킬리키아의 모직 옷만 입고, 안에는 밀레토스의 면 옷만 입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겉에는 아마포 옷을 입고 안에는 모직 옷을 고수하는 자들도 있습니다. 돈을 치명적인 독으로 여기며 손도 안 대려 하면서 술이나 여자에 대해서는 별로 절제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 모두는 놀라운 열정으로 서로 다른 생활 규칙을 따릅니다. 그러나 그들의 욕망은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남다르다는 것을 과시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닮아가기 위해 수도사가 되었는데, 그들의 내면은 세상의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는 고발입니다. 중세시대 수도사들은 세 가지 서약을 해야 했습니다 정결과 청빈과 순명입니다. 정결이란 순결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수도사들은 성을 신성한 순결에서 멀어지게 하는 불결함으로 여겼습니다. 성을 멀리함으로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고, 기도와 명상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도사들이 여자에 대해서 절제하지 않는다고 고발합니다. 또 하나 수도사들은 수도원에 들어갈 때 청빈 서약을 합니다. 자기들이 소유한 토지나 물건, 돈 등의 모든 재산을 포기하고, 심지어 속세에서 입었던 옷까지도 다 버립니다. 모든 욕심을 버리고 청빈하게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수도사들이 겉으로는 킬리키아의 모직 옷을 입고, 안에는 밀레토스의 면 옷을 입는 이중성을 보인다고 말합니다. 킬리키아의 모직 옷은 거친 옷인 반면, 밀레토스에서 만든 면 옷은 아주 부드러운 옷입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절제하는 것처럽 보이지만, 그 내면은 세속의 욕망을 담고 있는 이중성을 고발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서기관들을 책망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들은 긴 옷을 입고 다니며 시장에서 사람들에게 문안받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긴 옷을 입을 뿐만 아니라 그 긴 옷에 율법을 붙이고 다녔습니다. 자신들은 늘 율법을 좋아하고 율법을 따라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옷은 그렇게 입었는데, 그들의 내면은 돈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과부의 가산을 삼키는 자’라고 책망하셨습니다. 당시 사회에서 과부는 약자 중에 약자였습니다. 그 힘없고 가난한 이들의 돈까지도 욕심내 빼앗을 정도로 세속의 욕망에 노예가 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런 이중적인 태도, 그것이 수도사나 서기관들만의 모습일까요? 그리스도의 제자로 산다는 우리도 그런 이중적인 모습으로 살고 있지는 않습니까? 문제는 우리의 그런 연약함을 하나님 앞에 인정하고, 잘못된 것을 당연한 것처럼 착각하지 말고 바른 신앙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른 신앙을 갖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남들에게 과시하려는 생각을 버리는 것입니다. 과시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거짓의 너울을 쓰고, 자신을 멋지게 포장하려 합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책망하시는 위선입니다.

여러분, 우리에게도 분명 그런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에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도 우리의 거짓됨에 현혹되지 말고, 하나님 앞에 진실된 신앙인으로 사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께서 미소를 지으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