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일 (금요일) 아침의 묵상 – 나의 꿈이 막힐 때

스위스에 앙리 뒤낭(Henri Dunant, 1828-1910)이라는 은행장이 있었습니다. 그는 당시 세계를 주름잡던 나폴레옹을 만나고 싶어 했습니다. 그가 나폴레옹을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시대의 거목인 나폴레옹을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스위스의 은행가로서 프랑스와 경제적으로 협력할 기회를 얻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스위스의 경제사절이 되어 파리에 가 나폴레옹을 만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전쟁이 일어났고, 나폴레옹은 전쟁터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앙리 뒤낭의 모든 일정은 중단되었고, 그의 꿈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실망하지 않고 나폴레옹을 만나기 위해 전쟁터까지 찾아갑니다. 그는 난생 처음으로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쟁터에서 프랑스군과 오스트리아군이 치열하게 싸우는 비극의 현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전쟁은 곧 끝났지만, 그는 거기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뒹굴고 있는 수많은 시체들을 바라보며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 생명의 허무함을 뼈저리게 깨닫게 됩니다. 그리곤 전쟁은 끝났지만, 그는 거기에 남아 오랜 기간 의사를 도와 부상병들을 치료하고 시체를 체우는 작업을 거들었습니다. 비록 나폴레옹 황제를 만나 경제 협력을 통해 스위스를 부흥시키려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는 돌아오면서 새로운 꿈 하나를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평화에 대한 꿈이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전쟁은 없어져야만 한다. 그리고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이들을 돕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해야겠다.’ 이 꿈이 그의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그는 몇몇 뜻이 맞는 사람들과 이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적십자(Red Cross)입니다. 그리고 그 운동을 시작했던 앙리 뒤낭은 첫 번째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적십자 기는 색상과 순서배치만 다를 뿐 스위스 국기와 똑닮아 있습니다. 앙리 뒤낭이 나폴레옹을 만나겠다는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 절망의 순간에 그에게는 더 위대한 새로운 꿈이 만들어지면서 온 인류를 위한 더 위대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앙리 뒤낭이 그렇게 큰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스위스 제네바의 시의원으로 활동했는데 개신교 신앙에 따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적극 실천하며 소년원이나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돕고 그들의 복지를 위해서 온 힘을 다 쏟았습니다. 앙리 뒤낭 역시 아버지처럼 청소년기부터 환자와 가난한 이들을 구호하고 돕는 일에 힘썼고, 영국 복음주의자들이 만든 기독교 사회운동단체인 기독교청년연합회(YMCA) 창설에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하나의 꿈이 막힐 때 하나님께서는 다른 길을 열어주십니다. 그러나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하더라도 그 길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하나님께서는때로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을 막으시고는 우리를 새로운 길로 이끄십니다. 사도 바울이 제2차 선교여정 중에 그랬습니다. 소아시아에서 복음을 전할 때 성령께서 그의 길을 막으셨습니다. 아시아에서 말씀을 전하지 못하게 하시더니 비두니아로 가려고 애쓰는데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곤 드로아에서 ‘마게도냐로 건너와 우리를 도우라.’는 환상을 보여주십니다. 그렇게 해서 복음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세계로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때로 우리가 세운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습니다. 멋진 계획을 하나님께서 막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시는 이유는 우리가 해야할 다른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성령께서 인도하심을 따라 우리의 길을 가되, 막힌 길이 있거든 하나님의 또다른 인도하심을 기대해 보십시다. 우리 하나님은 선하신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