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화요일) 아침의 묵상 – 진정한 부자란?

한때 미국 최고의 부호였던 스티븐 지라드(Stephen Girard, 1750-1831)는 프랑스의 남서부 항구도시인 보르도에서 선원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여덟 살 때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교육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몹시 가난한 가정에서 계모에게 학대까지 받자, 불과 열한 살인 1760년 집을 나와서 배 안에서 심부름꾼 노릇을 해가며 뉴욕에 도착하였고, 거기에 머물며 미국 동해안을 따라 멀리 남쪽으로 카리브해까지 해안 무역선을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다가 23살인 1773년 선장 면허를 받았고, 그 이듬해부터 뉴욕 상인의 도움으로 뉴올리언스와 카리브해의 아이티 등을 다니며 무역을 시작했습니다. 26세 때에는 필라델피아 항구에 정착하여 식료품점과 주류 판매점을 운영했습니다. 지라드는 열심히 일하여 재산이 많아지자 서인도 제도와 무역을 시작했고, 드디어 수백만 달러를 가진 거부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독립 전쟁이 일어나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독립전쟁은 1775년부터 1783년까지 8년간 대영제국과 13개 식민지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인데, 독립군은 원래 재력이 부족한 자들의 집합이었으므로, 그들은 재원이 떨어져 큰 타격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때 독립군은 할 수 없이 전국에 걸쳐 오백만 달러의 공채를 모집했으나, 정작 걷힌 금액은 불과 수천 달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때 지라드는 단독으로 220만 달러를 선뜻 대출해주어, 독립군들은 마침내 전쟁에 승리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 후 1793년, 지라드가 43살 때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황열병이 창궐하자 많은 부유한 시민들은 앞다투어 도시를 떠났지만, 지라드는 병들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도시 안에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그는 시 외곽에 있는 자신의 저택을 병원으로 개조하였으며, 환자들을 간호할 자원자를 모집하였고, 환자들을 돌보았습니다. 이러한 그의 노력으로, 지라드는 황열병이 가라앉은 후 ‘진정한 영웅’이란 칭호를 얻었습니다. 1831년, 81세의 나이로 지라드가 죽은 후 유언장이 발견되었는데 유언장에는 자기 재산의 대부분을 교육사업에 희사하거나, 가난한 고아들을 모아서 공부시키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리하여 수천 명의 고아들은 가난과 문맹의 고통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부자들이 존경을 받는 이유가 이런 분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것 때문에 말입니다. 우리나라 옛날 경주의 최부자도 그랬다고 합니다. 그 집의 가문 가운데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사지 말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그런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누가복음 16장에 나오는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이야기는 참 많은 것을 가르쳐줍니다. 자기 집 대문 앞에 버려진 거지를 못본 체 한 부자는 결코 부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재물을 쌓아놓고 호의호식한다 하더라도, 그의 결말은 음부의 고통속으로 들어가는 것뿐입니다. 거지 나사로는 아브라함의 품에 안겨 있는데 말입니다.

단순히 돈이 많은 부자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우리가 남들보다 더 많이 받아누리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게 재능일 수도 있고, 시간일 수도 있고, 건강일 수도 있고, 마음에 평안일 수도 있는데, 내가 많이 받아누리고 있다면 그건 나만을 위해 사용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나누어야 할 이웃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부자의 대문 앞에 나사로가 있듯이 말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가 많이 가지진 않았지만 내게 있는 것을, 그것이 무엇이든 누군가와 조금이라도 나누며 사십시다. 그게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