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5일 (금요일) 아침의 묵상 – 오해가 만들어낸 비극

1914년 6월 28일,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일명 ‘사라예보 사건’입니다.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였던 프란츠 페르디난트(Franz Ferdinand, 1863-1914)가 군사훈련을 참관하기 위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공동통치령의 수도인 사라예보를 방문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날이 바로 6월 28일이었습니다. 이날은 세르비아인들에게는 치욕의 날이며 동시에 영광의 날이었습니다. 1389년 코소보 전투에서 패배하면서 세르비아 왕국이 오스만 제국에 정복당한 날이며 동시에 제2차 발칸 전쟁에서 세르비아 군대가 튀르크인들에게 승리를 거두어 과거의 패배를 되갚아 준 날이기도 했습니다. 세르비아인들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성 비투스의 날’이라고 부를 정도로 과거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날은 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와 태자비 조피(Sophie, 1868-1914)의 결혼 14주년 기념일이기도 했습니다.

황태자 부부를 암살하려는 세르비아인들의 암살시도가 두 차례 있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황태자 부부가 앞선 암살시도로 중상을 입은 사람들의 병문안을 가기 위해 밀랴츠카 강의 라틴 다리를 건너려는 순간 19세의 세르비아계 민족주의자 가브릴로 프린치프(Gavrilo Princip)가 쏜 권총에 총격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범인은 현장에서 체포되었지만, 황태자비 조피는 즉사했고 황태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같은 날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이 일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피하고자 세르비아 정부는 암살행위를 공개적으로 개탄하고 희생자를 애도했지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보복에 나섰고 다른 국가들이 참전하는 국제적 전쟁, 즉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는 약 7천만 명의 군인들이 참전해서 850만 명의 군인이 사망했고, 2100만 명이 부당을 당했습니다. 이 전쟁에서 민간인은 군인보다 많은 1300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라고는 하지만, 전쟁은 인류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겼습니다. 그리고 그 전쟁에는 나름의 도화선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권력자들의 권력욕이든, 비력권자의 야망이든 말입니다. 때로는 오해에서 시작된 전쟁도 있습니다. 다윗의 이스라엘과 암몬 사이의 전쟁이 그랬습니다. 다윗과 친분이 있던 암몬의 왕 나하스가 죽자 다윗은 나하스 대신 왕이 된 아들 하눈을 위로하려고 조문객을 보냅니다. 그러나 암몬의 신하들은 왕이 죽은 틈을 타서 다윗이 암몬을 침략하려는 계략이라고 오해하고 조문객에게 무례한 짓을 하여 돌려보냅니다. 이 일로 화가 난 다윗은 암몬과의 전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괜한 오해가 민족의 엄청난 비극을 만들어내고 말았던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을 ‘확증편향’(確證偏向)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 자신의 신념에 부합한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에 것을 무시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확신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입니다. 쉬운 말로 한다면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그게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그런 편향된 생각에서 오해가 생겨납니다.

세르비아 민족주의 자들은 프란츠 페르디난트를 제거함으로 자기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전 세계를 비극으로 몰아넣고 말았습니다. 암몬의 하눈 역시 신하들의 말에 동조하여 다윗의 호의를 무시함으로 패할 수밖에 없는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여러분, 우리의 잘못된 생각이나 오해로 인해 삶에 고통이 찾아오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의 잘못된 생각이나 오해가 나만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많은 사람에게 큰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