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사랑을 요구하지 말자!

미국의 제40대 대통령을 지낸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1911-2004)은 퇴임 후 고향인 캘리포니아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퇴임한 지 5년이 지난 1994년 알츠하이머 병 진단을 받고 10여 년간 투병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알츠하이머가 많이 진행되었을 때 그는 옛 친구들과 자녀들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던 때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레이건 대통령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몇 시간 동안 갈퀴로 수영장 바닥에 쌓인 나뭇잎을 긁어모아 깨끗하게 청소를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낸시 여사의 눈가에선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아내를 아주 많이 사랑했던 레이건 대통령은 젊은 시절 아내를 도와 집안 청소를 해주면서 행복해 했습니다. 낸시 여사는 그 때를 생각하며 젊은 시절에 남편이 집안 청소를 해주면서 행복해 하던 기억을 되살려 주고 싶었습니다. 그날 밤에 낸시 여사는 경호원과 함께 남편이 담아 버린 낙엽을 다시 가져다가 수영장에 몰래 깔았습니다. 그리곤 다음 날 낸시 여사는 남편에게 다가가서 말했습니다. “여보, 수영장에 낙엽이 가득 쌓였어요. 이걸 어떻게 청소해야 하나요?” 낸시가 걱정을 하자 레이건이 낙엽을 치워 주겠다면서 일어나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낮이면 레이건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낙엽을 쓸어 담고, 밤이 되면 낸시 여사는 다시 낙엽을 수영장에 깔았습니다. 그렇게 낸시 여사는 남편의 행복했던 기억을 되돌려 놓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이런 헌신적인 사랑의 힘 때문이었는지, 레이건 대통령은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기억력을 잃었지만 아내 낸시만은 확실하게 알아보았다고 합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가끔 정신이 들 때마다 “내가 살아 있어서 당신이 불행해지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면 낸시 여사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여보,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당신이 있다면 좋아요. 당신이 없는 행복보다 당신이 있는 불행을 택하겠어요. 부디 이대로라도 좋으니 10년만 더 내 곁에 있어 주세요.” 레이건 대통령은 그런 낸시 여사의 헌신적인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면서 힘겹게 투병 생활을 하다가, 2004년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랑의 형태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알츠하이머로 고생하는 남편에게 매일 수영장의 낙엽을 쓸게 한다는 것이 과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일부러 낙엽을 뿌려 청소를 하게 한다는 것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게 남편 레이건 대통령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기에 낸시 여사는 그 방법을 택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때로 누군가에게 사랑을 강요합니다. 나를 사랑한다면 이렇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요구일 수 없습니다. 사랑은 자발적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을 사시면서 많은 가르침을 주셨는데, 그 가르침 가운데 사랑에 대한 것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한 번도 ‘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습니다. 부활하신 후에 베드로에게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요 21:15)고 물으신 게 어쩌면 가장 적극적인 사랑의 요구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스스로 사랑을 요구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우리를 위해서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주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사랑을 요구하지 않으시고 당신이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 누군가에게 사랑을 요구하기보다는 내가 먼저 손 내밀어 사랑을 고백하고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랑이 행복하면 그게 내겐 최고의 보상입니다. 그게 주님께서 우리에게 먼저 사랑을 베풀어주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