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8일 (월요일) 아침의 묵상 – 다름을 넘어 공평하게

1997년 독일의 베를린에서 독특한 파티가 열렸습니다. 그 파티의 이름은 ‘Level’입니다. 일종의 ‘같은 키 파티’(same-height party)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베를린 소재 게바우어(Gebauer) 미술관에서 열린 이 행사는 참석자 모두 2m 키 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각자에게 맞는 키높이 신발을 신고 들어와야 했습니다. 그들이 신은 신발은 독일의 미술가 한스 헤메르트(Hans Hemmert, 1960-)가 디자인했고, 참석자 개개인의 키에 맞췄기 때문에 자신의 신발을 신고 입장하면 모두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대화할 수 있게 됩니다. 이 파티는 당시 이 미술관에서 개최 중이던 ‘개인적 부조리’(Personal Absurdities)이란 제목의 전시회 일환으로 열린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서로의 다름으로 인해 불편을 느끼곤 합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관점이 다르다는 것 때문에 대화에 불편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적인 조건 때문에 불편을 겪기도 합니다. 그 한 예가 키의 높이입니다. 나와 키가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뭔지 모를 불편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게 큰 불편은 아닐지라도 어색한 자세로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그런 상황은 때로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한스 헤메르트가 ‘같은 키 파티’를 기획한 이유는 그런 작은 불편을 조금이나마 타파하고 모두가 등등한 입장에서 편안하게 대화하자는 의도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단순히 키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등등한 입장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때론 그것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같은 키,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평등을 말합니다. 배움의 정도가 다를지라도 우리 인간은 모두 소중한 존재이고, 자신의 의견을 동등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피부색이 다르고 인종이 다르다는 것 때문에 차별을 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직장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다고 다른 사람을 억누르려 하거나, 하대해도 되는 관계는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모든 인간을 동등하게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우리 인간이 모두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고 말씀합니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는 말씀은 고대의 시각과 세계관을 가지고 볼 때에는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습니다. 고대사회에서는 왕이 절대권력자이고, 그 외의 모든 인간은 왕에게 절대복종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존재 자체가 왕을 위해 봉사하는 일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 왕이 일부의 사람들을 자신의 대리자로 세우면 그들은 다른 백성들 위에 서서 사람들을 부리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역할은 권력이 되었고, 자신이 가진 권력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압제하거나 폭력을 행사해도 되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 생각이 지배하고 있던 때에 왕이나 권력자나 백성들이 모두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을 받았다는 말씀은 기존의 지배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혁명적인 선언입니다.

옛말에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신 앞에 평등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그 말이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된 적은 없습니다.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권력이라는 힘으로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려 하고, 학벌이라는 힘으로 다른 사람을 무시하려 하고, 돈의 힘으로 다른 사람을 복종시키려 합니다. 그건 분명 잘못된 생각이고 행동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으심을 받은 동등한 사람입니다. 내가 업신여겨도 될 사람도 없고, 내가 그 앞에 굴종해야 할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께 사랑받은 하나님의 사람임을 잊지 말고 오늘 하루도 당당하게 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