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평화를 갈망하며

1982년 11월 1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유명호텔인 시저스 팰리스(Caesars Palace)에서 우리나라 김득구 선수(1956-1982)가 세계 챔피언인 레이 맨시니(Ray Mancini, 1961-)와 권투 타이틀전을 치렀습니다. 이 날 경기에 앞서 김득구 선수는 비장한 각오로 관을 준비해놓고 ‘패한다면 절대 걸어서 링에서 내려오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미국으로 건너갈 때 성냥갑으로 모형 관을 만들어 가지고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14회에 김득구 선수는 다운을 당하며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겨져 뇌출혈 수술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뇌사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한국 권투협회 관계자들은 그의 어머니 양선녀 여사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고, 어머니는 한의학의 도움을 받아보려 했지만 아들이 깨어나지 않자 아들의 뇌사상태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어머니는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기자회견은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었고, 미국을 넘어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자회견 다음 날, 즉 김득구 선수가 쓰러진 지 5일째 되던 날에 산소호흡기를 떠어내고, 그의 콩팥과 심장을 미국계 동양인 두 명에게 기증하면서 김득구 선수는 영면에 들어갔습니다. 26세의 젊은이는 많은 사람에게 안타까움을 남긴 채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의 시신은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돌아와 고향에서 장례가 치러졌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떠난 뒤 우울증에 빠졌다가 3개월 만에 “내가 가난해서 아들이 복싱을 시작했다. 결국 내가 아들을 죽인 것이다.”라는 유서를 남긴 채 농약을 마시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경기의 주심인 리처드 그린(Richard Green, 1937-1983) 역시 무리하게 시합을 진행시켰다는 비난에 시달리다가 8개월 뒤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김득구 선수의 상대였던 맨시니 역시 그 사건의 충격으로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고, “그 시합 이후로는 복싱이 싫어져서 복싱을 하는 것이 괴로웠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후 2011년 맨시니는 김득구 선수의 유복자로 태어난 그의 아들을 만나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다고 합니다.

스포츠 경기를 하던 도중 생명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긴 했습니다. 어쩌면 김득구 선수의 사망사건은 그 여러 사건 중에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신체에 가해지는 폭력과도 같은 것을 보면서 열광하는 것을 생각하면 인간이 참으로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사람들은 복싱에 만족하지 못하고 좀 더 잔인한 경기에 열광합니다. 요즘에는 프로레슬링이나 UFC라 불리는 종합격투기 등 피를 흘리고 쓰러질 때까지 싸우는 경기에 매료되고 있습니다. 때로는 경기의 규칙을 어기고 반칙을 일삼는 경기에 더 열광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즐기는 안타까운 경기들입니다.

그건 비단 현대에만 일어난 일은 아닙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들이 상대방을 죽일 때까지 싸움을 해야 했고, 심지어 거대하고 사나운 황소의 뿔에 받쳐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투우에도 열광했습니다. 어쩌면 인간의 폭력성을 그렇게 대변하고 폭발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경기’라는 이름을 붙여 합법화하면서 말입니다. 가인이 동생 아벨을 몰래 쳐죽인 범죄를 이제는 드러내놓고 즐기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 인간의 내면에 있는 이런 폭력성에 지배당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은 세상에 평화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실 때 천사들은 “땅에는 사람들에게 평화”(눅 2:14)라고 노래했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오심은 이 땅에 평화를 원하신 하나님의 특별하신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를 통해서 하나님의 꿈인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오늘 하루도 평화를 이루는 삶을 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