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일 (수요일) 아침의 묵상 – 장수보단 건강을

새해가 되면 나누는 덕담 가운데 하나가 ‘만수무강’(萬壽無疆)입니다. 만수무강이란 ‘만년을 살아도 수명이 끝이 없다’는 뜻입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라.’는 의미를 갖기도 합니다. 그럼 만수무강이 정말 복일까요? 인간의 수명이 60을 넘기기 쉽지 않는 시대에는 오래 산다는 것이 분명 축복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환갑잔치를 크게 열었습니다. 60세가 될 때까지 살았음을 축하하면서, 동시에 이제부터 새로운 삶을 살게 됨을 축하하기 위해서 잔치를 열었던 것입니다.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이 45.5세였고, 1960년에도 평균 수명이 53세였으니 환갑잔치를 여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환갑잔치를 하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장수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 시대를 ‘100세 시대’ 또는 ‘100세 플러스 시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모두 100세까지 살 수 있고, 그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2022년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대수명은 남자의 경우 79.9세이고, 여자는 85.6세입니다. 2022년에 태어난 남자아이는 80세까지 살 수 있고, 여자는 86세 가까이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일본과 스페인에 이어서 세 번째로 오래 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대수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건강수명입니다. 건강수명이란 질병이나 장애가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기간을 말합니다. 2022년에 태어난 남자아이들의 건강수명은 65.1세이고, 여자아이의 건강수명은 66.6세입니다. 이 통계는 남자의 경우 14.8년을 병으로 고생하며 살아야 하고, 여자의 경우 19.1년을 병이나 장애로 힘든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물론 이런 통계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대수명이 높아질수록 병으로 고생하며 힘들게 살아야 하는 시간들이 훨씬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생명은 늘어나지만, 그만큼 우리 인간은 고통의 시간들을 견디어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기대수명 또한 낮아진다고 합니다. 실제로 2021년보다 2022년도의 기대수명이 1년 가까이 줄었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겠지만, 갈수록 우리 인간을 괴롭히는 질병도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2022년도 태어난 아기가 기대수명까지 살더라도 암이나 심장질환이나 폐렴으로 사망할 확률이 남자는 40.4%이고, 여자는 32.1%라고 합니다. 오래 살기는 하겠지만 남자의 10명 가운데 4명은 암이나 심장질환이나 폐렴으로 세상을 떠나고, 여자는 10명 중 3명이나 그렇게 된다는 것입니다. 과연 오래 사는 것만이 축복일까요?

성경은 모세에 대해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모세가 죽을 때 나이 백이십 세였으나 그의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신 34:7) 모세는 120세에 죽음을 맞았는데, 그 때까지 건강했다는 말씀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모세와 같이 죽음의 순간에까지 건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모세와 같이 건강하게 살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입니다. 그럼 모세가 노년에 이르도록 그렇게 건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일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편안하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서 늘 긴장하며 사역을 해야 했기에 건강을 지켜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여러분, 올 한 해 늘 건강하시길 소망합니다. 건강은 그냥 지켜지는 것이 아니지요? 우리도 적당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외면치 말고 잘 감당하면서, 내게 주신 사명을 위해 적당한 긴장 속에서 노력하며 산다면 우리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올 한 해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생각하며, 그것을 잘 감당하면서 건강한 한 해가 되시기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