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사진 한 장

1976년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빈민촌인 소웨토에서 열세 살짜리 소년의 죽음이 남아공 역사에 큰 전환점을 이루었습니다. 그 소년의 이름은 헥터 피터슨(Hector Pieterson, 1963-1976)입니다. 소웨토(SOWETO)는 당시 남아공의 백인 정부가 흑인들을 시외로 추방하기 위해서 세운 도시로, 그곳에 거주하는 흑인이 4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큰 마을입니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헥터는 백인 정부에 대한 항의 시위에 참가하게 됩니다. 정부에서는 수업시간에 백인들의 토착어인 아프리칸스(Afrikaans)와 영어만 사용하도록 했고, 이에 소웨토의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부족어를 말살하려는 백인정부에 대응하는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그 평화로운 시위 도중 경찰들이 나타났고, 경찰들은 시위하는 사람들을 향해 최루탄을 쏘고 방망이로 때리고 개를 풀어 사람들을 물게 했습니다. 최루탄 가스에 눈물 콧물을 흘리던 헥터가 겁에 질려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순간 총소리가 들려왔고, 헥터는 총에 맞아 쓰러졌습니다.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쓰러진 헥터를 18살의 음뷰사(Mbuyisa Makhuba)라는 소년이 안고 뛰어가고 헥터의 누나가 그 옆에서 울부짖는 모습을 샘 은지마(Sam Nzima)라는 사진작가가 촬영해 전 세계에 알리게 됩니다. 이후 헥터 피터슨은 남아공의 흑백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저항 운동의 상징이 되었고, 1991년부터 헥터 피터슨이 살해당한 6월 16일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청년의 날’로 지정되어 휴일로 지켜지고 있습니다.

헥터 피터슨은 시위 도중 사망한 유일한 학생이 아닙니다. 수백 명이 죽고 수많은 사람들이 부상당하고 잡혀갔습니다. 헥터는 그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이 찍힌 사진 한 장으로 인해 남아공의 차별정책이 세계인의 관심을 고조시켰습니다. 각국 정부는 남아공에 대한 투자를 동결했고, 유명 운동선수들은 남아공과의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남아공에 있는 의식있는 백인들 역시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습니다. 그가 희생당한 후 18년 동안 흑인들은 지속적으로 투쟁했고, 결국 1994년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흑백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사진 한 장의 위력이 때로는 대단합니다. 지난 2015년에는 시리아의 내전으로 인해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이주하던 중 세 살바기 알란 쿠르디(Alan Kurdi)가 튀르키예의 한 해변에서 사망한 것을 여성 사진기자 데미르(Nilufer Demir, 1986-)가 촬영하면서 유럽 전체에 난민 정책이 바뀌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사진에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의 잘못으로 한 아이가 죽었다.’고,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모르고 지내고 있는 문제를 사진 한 장이 우리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가 관심 갖지 않는 사건이나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일들에 심각성을 깨우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사진에는 대부분 누군가의 희생이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가 희생당하지 않으면 우리는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사진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작은 삶에서 우리의 영적 시각이나 마음의 눈으로 보여지는 수없이 많은 사진과 같은 것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추억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 사진과 같은 추억 하나가 나의 삶에 큰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고, 나의 모습이 누군가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 내 삶의 모습이 누군가에게 좋은 추억으로, 때로는 누군가를 깨우치는 사진처럼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내 삶을 바르게 사십시다. 하나님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사진으로 내 모습이 남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