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홉스의 선택, 버클리의 기회

‘홉슨의 선택’(Hobson's choice)이란 말이 있습니다. ‘홉슨의 선택’이란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말이 유래한 배경은 17세기 영국입니다. 토마스 홉슨(Thomas Hobson 1544-1631)은 마구간을 소유한 사람으로, 장거리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빌려주는 장사를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말을 빌리려는 캠브리지 대학교 학생 등의 고객들에게 아무 말이든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아끼는 건강하고 튼튼한 말은 마구간 안쪽 깊숙이에 매어놓고, 남이 빌려갔다가 금방 들어온 – 지치고 약해진 말을 마구간 입구 쪽에 매어놓았습니다. 고객들은 일부러 마구간 깊숙한 곳까지 가서 말을 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입구 가까이에 매어있는 말을 빌려가는 것이 일반적인 습성이었습니다. 만일 고객이 마구간 입구에 매어놓은 말을 보고선 너무 허약하다고 생각하면 마구간 안쪽의 말을 빌려가는 것이 아니라, 말을 빌려가는 것을 포기해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니까 홉슨이 제시한 방법은 말을 빌려갈 때 더 튼튼한 말을 빌려갈 것인가 아니면 허약한 말을 빌려갈 것인가 하는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허약한 말을 빌려갈 것인가 아니면 빌리는 것을 포기할 것인가 하는 선택인 셈입니다. 사실상 더 나은 선택의 기회가 없는 것을 뜻입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버클리의 기회’(Buckley's Chance)라는 말도 있습니다. ‘버클리의 기회’란 거의 가능성이 없는 기회를 말합니다. 호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 말의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윌리엄 버클리(William Buckley, 1780-1856)는 1803년 죄를 범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원주민들이 살고있는 오지로 피신합니다. 그런데 오지의 원주민 지역에서 원주민이 아닌 사람이 살아남기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버클리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는 기회를 스스로 만든 것입니다. 이 말의 또 다른 유래는 백화점 사업을 하던 마스 버클리(Mars Buckley, 1825–1905)가 정부를 상대로 토지 소유권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소송은 성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승소 가능성이 없는 소송, 그로 인해 버클리의 기회란 가능성이 없는 기회를 뜻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살다보면 내가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것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최선의 것을 선택하더라도 최악이 될 것 같은 상황, 열심히 노력하여 기회를 잡았지만 이루어진다는 것에 가능성이 없는 상황 앞에서 우리는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님께서도 그런 상황에 내몰릴 때가 있었습니다. 바로 십자가입니다. 십자가를 앞에 높고 예수님께서 이렇게 기도하셨지요. “내 아버지여, 만일 할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 26:39) 예수님에게 십자가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 십자가를 피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하나님께 십자가라는 잔을 옮겨주시길 기도하셨지만, 십자가를 지지 않고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아셨습니다. 결국 예수님은 십자가의 길을 가셔야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할 수 없을 때, 아무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때, 어쩌면 그 때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으시는 때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예수님처럼 우리의 모든 것을 아버지께 맡겨야 합니다.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는 기도처럼 말입니다.

여러분, 오늘 하루도 내가 선택할 여지가 없거나 기회조차 없는 상황에 놓인다면, 그것이 하나님의 뜻일 수 있음을 기억하고 나를 하나님께 맡기십시다. 하나님께서 막다른 골목일지라도 거기에서 우리를 통해 당신의 뜻을 이루어가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