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월요일) 아침의 묵상 –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의 한 양봉업자가 필리핀에 여행을 갔습니다. 필리핀은 사시사철 여름이라서 산과 들에 온갖 꽃이 만발했습니다. 그것을 본 양봉업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서 벌을 키우면 많은 꿀을 얻을 수 있겠구나.’ 그는 귀국하자마자 벌통 10개를 만들어가지고 필리핀으로 갔습니다. 꽃이 만발한 곳에 벌통을 놓으니, 얼마 되지 않아 벌통에 꿀이 가득 찼습니다. 양봉업자는 만면에 웃음을 띠면서 쾌재를 불렀습니다. ‘아, 이거야!’라고 말입니다. 그리곤 귀국하여 이번에는 빚을 내서 벌통 100개를 사들고 다시 필리핀으로 갔습니다. 첫해에 벌통 100개에서 두 번이나 꿀을 따는 수입을 올렸습니다. 그는 ‘이제는 나도 많은 돈을 벌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신바람이 났습니다. 그런데 다음 해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다음 해에는 꿀을 한 번밖에 못 딴 것입니다. ‘왜 그럴까? 참 이상하다.’라고 생각하며 다음 해에는 잘 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그 다음 해에는 거의 꿀이 모이지 않아 양봉은 실패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여러분, 왜 이 양봉업자는 실패하고 만 것일까요? 꿀벌들이 꿀을 모으는 이유는 추운 겨울에는 꿀을 얻을 수가 없어 겨울을 대비하여 미리 꿀을 모으는 것입니다. 그런데 필리핀과 같이 사시사철 따뜻한 날씨에서는 굳이 꿀을 모을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건너간 꿀벌들이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아차리고선 꿀을 모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꿀을 모아놓지 않아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항상 여름인 날씨에서는 꿀을 얻을 수 없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이라는 악조건이 있기에, 그것을 대비하여 벌들은 꿀을 모으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도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고통이나 아픔이 없이 늘 평안하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고난이나 아픔이 없다면 정말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늘 햇볕만 내리쬐이는 곳은 사막이 된다.’는 말도 있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에 늘 좋은 일만 있다면 어쩌면 그 사람의 인생은 사막과 같이 황폐화되고 말 것입니다. 아름다운 무지개가 서려면 비와 햇빛이 동시에 필요한 법입니다. 우리 인생이 아름답고 멋진 이유는 수없이 많은 고난과 시련과 아픔의 과정을 겪어내며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은 그의 사랑하는 여인을 향해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여자들 가운데 내 사랑은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 같도다.”(아 2:2) 왜 하필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라고 했을까요? 골짜기에 바람이 불어오면 백합화가 이리저리 몸이 흔들리다가 가시에 자신의 몸이 찔리고 찢기게 됩니다. 그러면 백합화는 자신의 몸속에 감추고 있던 진향 향기를 풍겨냅니다. 그로 인해 골짜기에는 아름다운 백합화 향기로 가득하게 됩니다. 솔로몬은 자신의 사랑하는 여인이 숱한 고난과 아픔을 겪어내면서 인생의 아름다운 향기를 풍겨내는 멋진 여인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겉모습은 게달의 장막(아 1:5)처럼 검게 그을렸을지라도, 고난과 시련의 과정을 잘 이겨내서 그 내면은 세상 그 어느 여인보다도 아름답다고 노래한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십자가 없이 부활이 없고, 고통 없이 면류관이 없는 법입니다. 때론 우리가 원치 않는 고난과 시련과 아픔을 겪어내야 할지라도, 그게 우리를 더욱 아름다운 인격과 향기나는 인품을 만들어가시는 하나님의 뜻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자를 때론 징계하신 이유도 그것입니다. 우리가 바른 삶, 성숙한 신앙인격을 갖추고 살게 하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 사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우리에게 고난의 순간이 올지라도, 그 고난을 통해 우리가 성숙해지고 더욱 멋진 신앙인으로 자라남을 기억하며 십자가를 바라보고 사십시다. 우리는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 같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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