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토요일) 아침의 묵상 – 카마리나 늪

카마리나(Camarina)는 지중해 시칠리아섬 남쪽 연안에 있던 고대 도시입니다. 그 도시 북쪽에는 커다란 늪이 있어 카르타고와 같은 북방의 호전적인 적들의 침략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주전 5세기 이 도시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돌자, 카마리나 사람들은 그 늪이 전염병의 원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습지의 물을 다 빼고 건조시킨다면 전염병이 진정될 것이라는 여론이 확산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신탁을 통해 늪의 물을 빼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을 받았는데, 그럼에도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결국 지도자들은 신탁과 달리 늪에 있는 물들을 다 빼버렸습니다. 그러자 늪이 가로막고 있어서 카마리나를 침공하지 못하고 있던 카르타고 군대는 주전 405년 힘들이지 않고 늪을 가로질러 카마리나를 침공해 주민들을 몰살하고 말았습니다. 당장의 난국을 모면하려다가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불러오고 만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유래로 후대의 문학 작가들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 그리고 ‘건드리면 더 큰 재앙을 불러오는 것’을 비유로 ‘카마리나 늪’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후 카마리나는 재건되었지만, 주후 8세기에 완전히 역사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눈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중을 생각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곤 합니다. 오늘날 카마리나 늪과 같은 일이 기후환경일 것입니다. 쓰레기를 줄이고 탄소의 배출을 억제해야 하는데, 우선 당장 편리하려는 마음과 자신들이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욕망 때문에 환경 문제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국제연합(UN) 기후정상회의에서 제안하여 도입된 RE100(Renewable Energy 100)이라는 게 있습니다. 2050년까지는 기업이 쓰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파괴되어가는 생태계를 그나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이런 운동이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고, 이런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업체와는 거래를 거부하는 운동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선 당장 편리하자고 일회용품을 남발하고 원자력 에너지를 확대하는 등 생태계와 지구촌의 기후환경을 무시한다면, 그건 인류를 파괴하는 ‘카마리나 늪’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갔을 때에도 그랬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분명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그 땅의 백성들을 진멸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잔인한 말씀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의 신앙을 지켜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나안 땅에 들어간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의 원주민들을 다 제거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가나안 백성들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노역을 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가나안 백성들과 언약을 맺으면 그것이 자신들의 옆구리를 찌르는 가시가 되고 그들이 섬기는 신이 그들에게 올무가 될 것(사 2:3)이라고 경고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백성들을 용납했고, 그로 인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사사시대에 주변 나라들로부터 엄청난 괴롭힘을 당해야 했습니다.

여러분,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이 내게 유익인 것처럼 생각되더라도 잘 살펴야 합니다. 그것이 어느 순간 우리에게 더 큰 재앙이나 문제를 만들어내는 ‘카마리나 늪’과 같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귀가 우리를 유혹하기 위해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당장 눈앞에 있는 것만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시험할 때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합니다. 깨어 있는 신앙이란 신앙의 본질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본질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눈앞의 이익 때문에 영원한 것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도 신앙과 삶에서 더욱 중요한 본질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