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화요일) 아침의 묵상 – 희생할 줄 아는 용기

이탈리아 고대 로마의 중심 광장인 포로 로마노(Foro Romano)에 가면 작은 연못 터가 있습니다. 거기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주전 362년, 로마에 큰 지진이 발생했는데, 그 지진의 여파로 포로 로마노 광장 한 가운데 거다란 구덩이가 생겼습니다. 로마 사람들은 그 구덩이를 메꾸려 했지만 무엇으로도 그 구덩이는 메워지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로마에 전염병이 번져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갈리아족이 로마로 쳐들어온다는 흉흉한 소식이 들려오자 로마 시민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모두가 이 구덩이 때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로마인들은 신탁을 받기 위해서 델포이 신전에 사람을 보냈고, ‘로마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거기에 던져넣어야 구덩이가 메워지고, 로마의 영광도 지속될 것’이라는 신탁을 받게 됩니다. 로마 시민들은 로마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당시 로마에 기사계급의 마르쿠스 쿠르티우스(Marcus Curtius)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겨우 20대 초반이었으나 키가 크고 용맹스러워 여러 차례 전쟁에 나가서 맹위를 떨쳤던 젊은이였습니다. 곡물상을 운영하던 그의 아버지는 평소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이란다.’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고 합니다. 이에 그는 ‘용감한 시민보다 귀한 것은 없다!’고 부르짖으며 완전무장을 한 채 말을 타고 이 구덩이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러자 그 구덩이는 즉시 사라지고, 그곳에 작은 연못가 생겼다고 합니다. 로마 사람들은 그 청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그 연못을 ‘라쿠스 쿠르티우스’(Lacus Curtius-쿠르티우스의 연못)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 연못은 주전 1세기 경에 말랐다고 하고, 지금도 포로 로마노에는 그 흔적인 작은 구덩이 터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마르쿠스 쿠르티우스가 말을 타고 구덩이로 뛰어드는 모습을 표현해놓은 석상이 놓여져 있습니다. 물론 마르쿠스 쿠르티우스의 이야기는 하나의 전설입니다. 아마도 포로 로마노 광장에 있는 작은 연못을 보고, 로마 시민의 용감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만든 신화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세계의 역사는 용기를 가지고 앞장 선 사람들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새삼 기억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역사를 만들어가실 때 사람을 통해 당신의 일을 하십니다. 그리고 그 일은 대부분 많은 사람이 아니라, 그 많은 사람을 이끌었던 한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가십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400년 동안 애굽에서 노예생활을 하고 있던 때에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부르셨습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하고 연약한 존재이기에 큰 일을 할 수 없다.’고 완강하게 거부하던 모세를 하나님께서 등떠밀어 애굽으로 보내시고, 당대 최고의 제국인 애굽의 바로에 맞서게 하시더니 결국 히브리 민족을 애굽에서 건져내셨습니다. 블레셋의 압제로 모두가 숨죽이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기드온이라는 평범한 사람을 부르시어 블레셋의 고통에서 이스라엘을 건져주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누군가를 쓰시려 할 때에 이사야처럼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사 6:8)라고 응답할 줄 아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소중한 사람입니다. 쿠르티우스가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로마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처럼 말입니다.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인데, 이번에 뽑힌 국회의원들이 그런 사람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와 국가 그리고 국민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사람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나님 앞에 그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교회가 어려울 때 뒷걸음질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구덩이에 던지더라도 나를 통해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희생할 줄 아는 용기를 가긴 신앙인 말입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그런 사람을 기다리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