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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5-10-11 01:32

누가 우리더러 이웃이라 할 것인가? - 이영호 목사

글쓴이 : 김연호

멕시코 만 근처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 남부지역은 집들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일로 미국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주간 잡지들은 모두가 입을 모아 ꡒ수치ꡓ라고 하였습니다. 정부는 자신들의 무관심과 굼뜬 구조 활동의 부끄러움과 숨겨진 차별의식을 감추려는 듯이 사망자들의 수를 아직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200년 간 흑인들의 애환과 재즈음악 본향인 뉴우올리언즈가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이번 참사는 자연 재해일 뿐만 아니라 미국정부가 흑인들이 사는 이지역의 댐 공사 지원을 미뤄온 결과라고 말합니다.
마르틴 루터 킹 목사를 비롯한 1963년의 인권행진 이후로 미국 내 흑인들의 삶이 눈에 뜨이게 달라졌습니다. 미국을 다녀온 사람들은 그것이 사실임을 피부로 느낍니다. 그러나 미국의 주류 사회는 여전히 백인 중심의 인종차별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 카트리나 허리케인이 폭로한 현실입니다. 이번의 재난을 통해서 대부분의 흑인들은 백인들을 진정한 이웃으로 보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백인들은 아직도 흑인을 같은 국민으로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국무장관이 흑인이요 여성일지라도 그 속마음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뉴우올리언즈의 엄청난 자연 재해가 숨겨진 인간의 마음을 폭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그곳 형편이 어찌 되었는지 감감하기만 합니다. 그곳의 사람들은 도움의 손길을 바라고 있습니다. 구호품만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들을 사람답게 대해주는 이들을 찾고 있을 것입니다. 뉴우올리언즈의 흑인 주민들은 진정한 이웃을 찾고 있습니다.
인도의 대부분 국민들은 지금도 ꡐ다릿트ꡑ 사람들을 불가촉민(不可觸民)으로 꺼려합니다.
일본인들은 ꡐ부라꾸ꡑ 사람들 그리고 재일 교포들을 멀리하고 무시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념 전쟁으로 서로 서로를 원수처럼 여겨오면서 우리사회의 인성을 전면적으로 오염시켜버렸습니다.
이러한 습성으로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천대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들을 이웃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염려스럽기만 합니다. OECD 국가 중에서 자살율이 가장 높다고 하니 우리사회 안에 도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 곁에 있어 그들로 힘내게 할 이웃은 누구인가요?
우리들은 신앙생활에서 남을 돕고 구제하며 우리의 자비심을 베푸는 선한 일에 마음과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웃사랑 실천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희생적인 노력의 댓가가 그리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이웃을 돕고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를 한번 쯤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우리들의 생각의 방향을 돌이켜 놓기도 하십니다.

어느 날 예수님 앞에 한 젊은 율법학자가 일어나 질문을 했습니다.
ꡒ제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겠습니까?ꡓ하고,
율법교사는 자신을 드러내고자 다시 예수께 물었습니다.
ꡒ그렇다면 도대체 저의 이웃이 누굽니까?ꡓ
ꡒ내 이웃이 도대체 누구입니까?ꡓ라고 다그쳐 묻는 율법교사에게 예수께서는 대답 대신 우리가 잘 아는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예사롭지 않은 위의 이야기를 마치신 예수께서는 ꡒ내 이웃이 누구입니까?ꡓ라고 묻던 율법교사에게 역으로 묻습니다.
ꡒ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겠느냐?ꡓ
아마도 내 이웃이 누구냐고 물었던 율법교사는 어리둥절하였을 것입니다. 자기가 물었던 물음은 역전되어 거절할 수 없는 물음(Anrede)으로 자기에게 다가왔습니다.
ꡒ강도만난 사람의 이웃은 누구냐ꡓ라는 물음 앞에서 율법교사는 ꡒ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ꡓ라고 대답합니다.
ꡒ자비를 베푼 사람의 이웃이 누구냐?ꡓ고 묻지 않으시고 ꡒ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이 누구냐?ꡓ고 묻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이웃이 누구냐고 묻던 율법교사는 오히려 자신이 누구의 이웃이 되어야하는가 라는 물음 앞에 선 것입니다.
우리들은 성서에서 자주 나오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먼저 자비를 베푸는 나 자신이 도움을 받는 자비의 대상을 이웃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자비를 실천합니다. 내 마음과 내 의지와 내 표현 방식으로 자비를 베풉니다. 이런 일에 익숙하게 훈련된 그리스도인들은 자칫 예수께서 명하신 뜻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비심의 실천은 자주 후회와 증오로 자비실천의 헛됨을 말하는 잘못된 결과를 낳게 됩니다.
사랑을 열심히 실천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 가운데서 이런 이들을 자주 봅니다.

바울사도는 ꡒ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다.ꡓ고 하였습니다. 참으로 사람의 속마음을 뚫어 본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좋은 사회란 남을 돕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야 합니다. 이러한 일들이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이 확대되면서 자원 봉사자들의 활동도 증가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일들입니다. 선진사회가 요구하는 기본 요건입니다.
더욱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언제든지 이웃을 도울 준비가 되어야합니다. 그렇습니다. 교회의 힘이 커지고 가지고 있는 것이 많아지면서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부지런히 해야 할 것입니다. ꡒ이웃을 사랑하라ꡓ는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서.

그간의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ꡐ이웃사랑ꡑ은 우리자신의 일방적인 선행이 아니었던가? 선행의 대상은 단지 ꡐ대상ꡑ에 지나지 아니하였던가?

한국의 많은 교회들도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들을 위하여 사회봉사의 활동을 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우리사회 안에서의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더 낮아지고 있습니다.

강대국이 약소국가에게 보낸 원조물량이 많다고 해서 약소국가가 원조한 나라에 대하여 우호를 갖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도움을 주는 사람보다 더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아차립니다.
나의 선행으로 출발하는 봉사의 실천은 이따금 도움을 받는 이들의 심정에 상처를 주거나 모멸감을 주고 결국은 도움을 주는 자신의 심정까지 황폐하게 만들어서 자비와 선행과 봉사와 희생의 샘을 메마르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ꡒ사랑은 무례히 행치 않는 것ꡓ이라고 가르칩니다. 바울의 가르침은 선한 일이라고 마음대로 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입니다.
먼저 우리가 남에게 선을 행할 때 선행의 대상을 내 이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우리의 이웃이 누구인가를 살피기 전에 우리 자신은 ꡐ누구ꡑ의 이웃이 되고 있는가를 돌이켜 보라고 하십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마땅히 예수께서 말씀하신 ꡒ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이 누구인가?ꡓ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들의 봉사활동의 내면에 숨긴 그릇되기 쉬운 태도를 돌이켜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ꡒ너희는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ꡓ 하신 말씀도 모두 그런 가르침을 뜻합니다.
내 이웃이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누가 우리더러 이웃이라고 할 것인가라는 물음부터 먼저 물어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봉사활동의 대상이 되는 이들이 우리더러 진정 이웃이라고 할 것인가? 그것은 우리의 봉사가 이웃을 진정 존중히 여기는데서 시작되는 일인가를 묻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런 유익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랑이란 ꡒ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 것ꡓ이라 하였기에 말입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할지라도 그 일을 무슨 방법으로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목적으로 천국에 가다가 방법으로 지옥에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격을 존중히 여긴다는 것이요 설혹 사랑을 받는 쪽일지라도 떳떳한 인격의 주체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남에게 도움을 베풀 때 도움을 주는 자신의 정당함과 선함이라는 우선적 생각 때문에 도움을 받는 이들의 떳떳한 인격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무례와 강제를 저지르는 예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일은 아름다운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이 ꡒ선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의 가르침입니다.ꡓ
예수께서는 당시 유대교 사회에서 위험한 사람들로 취급당했던 가난한 이들, 죄인들(사회적으로 외면 받는 이들) 곁에 가까이 계심으로 그들의 이웃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삶의 태도는 사랑은 없으면서 껍데기 선행 따위를 일삼던 율법교사, 바리새인, 레위사람들, 제사장들, 공의회 사람들, 사두가이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게 된 빌미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사랑할 수 있게 된 연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을 이웃으로 여기시기 전에 우리들의 이웃이 되려고 하셨습니다. 연약하기 이를 데 없는 가난하고 병든 불가촉의 더럽고 위험한 사람들과 함께 계서서 그들의 영원한 이웃이 되고자 하신 것입니다.
우리의 이웃이 누구인가를 묻기 보다는 누가 우리더러 이웃이라고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우리들의 실천적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누가 우리더러 이웃이라 하는가? 누가 나더러 이웃이라 하는가? 한번쯤 돌이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