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담아 둘 말씀

< 본문 - 누가복음 9:43b-45 >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우리나라에 첫 번째 금메달을 선물한 선수는 임효준 선수입니다. 금메달을 딴 선수만 박수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임효준 선수를 언론에서는 ‘불운의 아이콘에서 불굴의 아이콘이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만큼 그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험난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올해 22살인 임효준 선수는 처음 수영선수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고막이 터져 초등학교 4학년 때 쇼트트랙으로 종목을 바꾸었고, 그해 6학년 형들을 제치고 종별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 기대주로 꼽혔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때에는 정강이뼈 골절상을 당해 1년 반 동안이나 스케이트화를 신지 못했지만, 끈질긴 재활을 걸쳐 중학교 3학년 때인 2012년 1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동계유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차세대 에이스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년 뒤 오른쪽 발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6개월 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고, 곧 이어서 오른쪽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수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 뒤에도 손목과 허리 부상을 당하는 등 계속된 부상과 수술로 인해 그는 불운의 아이콘으로 여겨졌습니다. 지난 2016년에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갔다가 10위에 머물러 국가대표에 뽑히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4월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 태극마크를 달게 되었고, 국제빙상연맹 월드컵 1차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그러나 그 월드컵 마지막 경기에서 막판 스퍼트를 내다가 허리를 다쳐 요추부염좌 진단을 받고 2,3차 월드컵에는 출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기나긴 부상과 수술을 거듭한 끝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고 다시 재기하여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습니다.

   운동선수에게 부상과 수술은 선수생명에 엄청난 치명상입니다. 때론 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임효준 선수는 무려 7번이나 수술을 거듭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쓰러질 때마다 다시금 일어서서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불굴의 아이콘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임효준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그건 비단 임효준 선수만이 겪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언제나 숫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야만 했습니다. 역경과 고난 없이 무언가를 이루었다면 그것은 곳 무너지고 말 탑이 될 뿐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하신 가장 귀한 사역은 십자가입니다. 십자가를 통해서 우리의 죄를 사하시고 우리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 십자가는 곧 고난입니다. 만일 주님께서 고난의 십자가를 지지 않으셨다면 인류 구원의 역사는 이루지 못하셨을 것이고, 우리는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생애를 기록하고 있는 복음서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태어나신 것부터가 이미 고난의 시작입니다.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자리를 버리고 낮고 천한 인간의 몸을 입고 인간의 자리로 내려오신 것 자체가 고난의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 당신의 공생애를 시작하신 것은 곧 고난의 길을 가시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후 곧 광야로 가셔서 40일간 금식하신 후에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십니다. 그 시험의 내용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시험은 돌들로 떡덩이를 만들라는 것이고, 두 번째 시험은 성전꼭대기에서 뛰어내리는 것이고, 세 번째 시험은 마귀에게 절을 하라는 것입니다. 마귀가 그렇게 세 가지 시험을 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고난의 길이 아닌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부귀영화를 얻으라는 것입니다. 돌들로 떡을 만들면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요즘도 가난한 유대인들이나 유목민 등이 주로 먹는 빵을 피타빵이라고 부릅니다.<사진1> 제가 지난 2016년도 이스라엘에 갔을 때 이 피타빵을 참 맛있게 많이 먹었습니다. 우리 손바닥 두 개를 합친 것 만한 빵이 유대인 지역에서는 10개에 약 3천원 정도하는데, 가난한 아랍인들이 사는 여리고 지역에서는 12개에 천 원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 빵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잘 구워놓으면 그 색깔이 돌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 시대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들에 널려 있는 돌로 이런 빵을 만들어 마음껏 먹게 한다면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실제로 예수님 생애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베푸신 후에 사람들이 예수님을 자기들의 임금으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자기들의 배고품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이런 분이 자기들의 임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마귀가 시험한 것도 그런 것입니다. 예수님에게는 돌로 떡을 만드실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 능력을 이용해서 쉽게 백성들에게 인기를 얻으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 시험도 같은 맥락입니다.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면 천사가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받들어서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하실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예수님을 위대한 능력의 소유자라고 칭송할 것입니다. 그러면 굳이 고난의 길을 가지 않아도, 십자가에서 고통스럽게 죽지 않으셔도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뭐하러 굳이 고난의 길을 가려 하느냐는 것입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이용해서 쉽게 인기를 얻고 쉬운 길을 가라는 마귀의 유혹입니다. 세 번째 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마귀에게 절을 하면 천하만국의 영광을 다 예수님께 주겠다는 것입니다. 눈 딱 감고 절 한번만 하면 세계 모든 부귀와 영광이 다 내 품에 들어온다면 어느 누구가 그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있겠습니까? 힘들지 않게 부귀영화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뭐하러 고생의 길, 고난의 길, 십자가의 길을 가려 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런 모든 유혹을 거절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쉽게 부귀영화를 얻으시려고 이 땅에 오신 분이 아니시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게 쉽게 인기를 얻고, 쉽게 권력의 자리에 오르려고 이 땅에 오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쉽게 부귀영화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다 거절하시고 십자가의 길을 향해 가셨습니다. 그 길이 주님께서 가셔야 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십자가의 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신 것은 변화산에 올라가시면서부터입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누가복음 9:28절 이하에 예수님께서 변화산에 올라가신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변화산에 올라가셨을 때 구약의 두 인물인 모세와 엘리야가 그곳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변화산에서 예수님께서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나누신 말씀의 주제는 누가복음 9:31절에 기록되어 있는 대로 ‘예수님께서 장차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별세하실 것’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 바로 이어 나오는 누가복음 9:51절에서는 ‘예수님께서 승천하실 기약이 다 되어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기로 굳게 결심하셨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굳게 결심하지 않고는 그 고난의 길, 십자가의 길을 가실 수가 없기에 예수님께서 굳게 결심하시고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다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굳게 결심하시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기 바로 직전에 오늘 본문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변화산에서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별세하실 것’에 대해서 말씀하신 후에 변화산에서 내려오셨습니다. 변화산 아래에서는 귀신들린 아이 하나를 고치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제자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아이를 고쳐주시고는 당신이 이제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야 함을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강조하십니다. “이 말을 너희 귀에 담아 두라.”

   지금 제자들이 마음속에 꼭 담아 두어야 할 말씀이 있다면 그것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죽임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이것보다 중요한 말씀은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변화산에 올라가시기 전에 이미 제자들에게 당신이 예루살렘 올라가서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 바 되어 죽임을 당하시고 제 삼일 만에 살아나실 것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누가복음 9:22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말씀을 하시고 변화산에 올라가신 것입니다.

   제자들은 이미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고난을 받으시고 죽으셔야 한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 말씀을 외면했습니다. 그 말씀을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 말씀대로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태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그 말씀을 하실 때 베드로가 예수님을 꾸짖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권력자들에게 붙잡혀 고난 받으시고 죽으셔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자, 베드로는 예수님을 꾸짖었습니다. <마태복음 16:22절에 기록된 ‘항변하다’는 단어는 꾸짖었다는 뜻이다.> 뭐라고 꾸짖었습니까? ‘절대로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그런 것은 생각조차 하지 말라.’고 꾸짖었습니다. 어떻게 제자인 베드로가 예수님을 꾸짖을 수 있습니까? 감히 제자가 스승을 꾸짖는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그런데 베드로는 스승이신 예수님을 꾸짖었습니다. 왜요?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은 꿈에도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제자들의 입장에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일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아니 꿈조차 꿀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예수님께 ‘그런 말씀은 하시지 말라!’고, 아니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해서는 안 된다.’고 예수님을 책망한 것입니다.

   그리고 변화산에 올라갔다 내려왔습니다. 예수님께서 변화산에서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가 별세하실 것’에 대해서 말씀도 나누셨습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셔야 합니다. 고난을 받고 죽으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데도 제자들은 여전히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45절에서는 ‘제자들이 그 말씀의 뜻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다시금 예수님께서 그 말씀을 하시는데도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그 말씀의 뜻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다면 예수님께서 왜 그 말씀을 거듭거듭 말씀하시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묻기라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말씀의 뜻이 무엇인지 묻는 것조차도 두려워했습니다.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날까봐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자들의 마음을 아시기에 우리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 말을 너희 귀에 담아 두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시면서 당신이 고난의 길을 가셔야 한다는 사실을 반복하여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게 오늘 본문의 말씀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제자라고 하면서 우리도 오늘 본문에 나오는 제자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모습으로 살 때가 참 많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신 정말 중요한 말씀은 애써 들으려 하지 않고 우리가 듣고 싶은 말씀만 들으려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마음에 좋게 여겨지는 말씀은 잘 기억하면서 정말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말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여러분, 어린아이와 어른의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어린아이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반면, 어른은 자신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사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본문에 나오는 제자들은 어린아이와 같은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 생각에 주님은 고난 받아서는 안 되는 분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천하를 호령할 메시아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기대대로 예수님께서 그렇게 해 주시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내가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권력자들에게 붙잡혀 고난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게 된다.’고 말씀하실 때, 그런 일이 주님께 일어나서는 결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처럼 오히려 주님을 꾸짖으며 주님께서 그런 길을 가서는 안 되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안 된다고 주님의 길을 막아섰습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주님은 이렇게 책망하십니다. ‘너는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마태복음 16:23) 이 말씀을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바꾼다면 ‘너는 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구나!’라는 말씀입니다.

  여러분, 믿음이 무엇입니까? 믿음은 우리의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하나님의 시선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은 십자가 고난을 통해서 우리를 구원하시는 것입니다. 세상 권력을 얻으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 당시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처럼 이스라엘을 로마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서 오신 분도 아닙니다. 예수님은 죽어가는 영혼을 살리기 위해서, 죄와 사망으로 죽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분입니다.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난의 길을 가셔야 합니다. 십자가의 길을 가셔야 합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결코 죽임당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 죽임 당하시면 자신들이 꿈꾸어왔던 것들이 다 물거품처럼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죽임 당하시면 자신들이 예수님께 걸었던 기대가 다 물거품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주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이 말을 너희 귀에 담아 두라. 인자가 장차 사람들의 손에 넘겨지리라.” 너희가 기대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너희의 잘못된 생각을 빨리 바꾸라는 말씀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신앙생활하면서 기대했던 것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이 무엇입니까? 어떤 분은 신앙생활하면서 몸이 약해 고생하는데 하나님의 기적 같은 은혜로 몸이 건강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분은 계속된 시련과 고난이 빨리 끝나고 형통과 기쁨의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어떤 분은 가정의 문제나 자녀의 문제가 내가 기도한 대로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우리의 생각이나 기대를 잠시 내려놓고 주님의 음성에 먼저 귀를 기울여 보십시다. 지금 주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고 계신가 하고 말입니다. ‘이 말을 너희 귀에 담아 두라!’고 강조하시면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하신 말씀이 무엇입니까? 우리가 바라고 기대하는 것 말고, 주님께서 우리에게 강조하신 말씀이 무엇입니까? 우리가 신앙생활하면서 귀담아 듣고 우리의 마음속에 기억해야 할 말씀이 무엇입니까?

   변화산에 올라가시기 전에 예수님께서 당신이 고난을 받으시고 죽으셔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후에 이렇게 덧붙이셨습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누가복음 9:23) 이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신앙의 삶입니다. 주님께서 당신이 가셔야 할 십자가 고난의 길을 가신다면 주님의 제자인 우리 역시 주님처럼 우리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뒤를 따라 가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주님이 십자가의 길을 가셨다면 주님의 제자인 우리도 십자가의 길을 가야 합니다. 주님께서 고난의 길을 가셨다면 주님의 제자인 우리도 마땅히 고난의 길을 가야 합니다.

  주님께서 고난 받으시고 십자가에 죽으셔야 한다는 사실을 귀 기울여 듣고 그 말씀을 귀에 담아 두어야 한다고 주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제자들은 그 말씀을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오늘 본문 바로 이어 나오는 말씀에 보면,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던 제자들 사이에 ‘누가 크냐?’하는 문제로 변론이 일어났습니다. 예수님은 고난 받으시기 위해 무거운 마음으로 가신다는데, 제자들은 ‘누가 먼저 출세할 것이냐? 누가 예수님께 인정받아 예수님 좌우 자리를 독차지 할 것이냐?’하는 문제로 싸우고 있었다는 말씀입니다.

   주님께서 고난의 길을 가신다는 말씀을 귀담아 들었다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가신다는 주님의 말씀을 귀담아 들었다면 그들은 그런 문제로 다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린아이들처럼 자기들 입장에서 자기들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니까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는 길이 영광을 얻으시는 길인 줄로 착각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높은 자리에 앉으신다면 누구를 먼저 등용해 쓰실까 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과는 전혀 다른 생각으로 말입니다.

  여러분,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주일은 주님께서 변화산에 올라가신 것을 기념하는 산상변모주일이었고, 지난 수요일은 성회수요일이었습니다. 성회수요일부터 부활주일 전날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간을 사순절이라고 합니다. 그 사순절은 우리를 위해 고난을 당하시고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 친히 십자가를 지신 주님을 묵상하는 절기입니다. 사순절을 시작하는 우리에게 주님께서는 오늘도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이 말을 너희 귀에 담아 두라.’고 말입니다. 주님은 우리를 위해 고난 당하셨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마땅히 우리가 죽어야 할 그 죄악 때문에 우리 주님께서 우리를 대신해서 죽으셨습니다. 그 귀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 사실을 우리 마음의 귀에 담아 두어야 합니다.

   주님의 그 말씀을 귀에 담고 산다면 우리가 주님의 뒤를 따르는 그 길을 벗어나 딴 길로 갈 수 없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위해서 고난당하시고 십자가를 지셨는데, 우리는 주님의 생각과 너무나도 다른 생각을 품고 살 순 없습니다. 그 중요한 말씀을 귀담아 듣지 않았던 제자들이 누가 크냐 하고 다투었던 것처럼, 주님의 제자로 사는 삶을 포기하고 우리의 이익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 주님은 결코 편한 길을 가시지 않았습니다. 고난의 길, 십자가의 길을 가셨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제자라고 한다면 우리 역시 주님의 뒤를 따라 고난의 길을 가야 합니다. 비록 그 길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고난의 길을 가야 합니다. 세상이 우리에게 무어라고 유혹을 해도 우리는 그 유혹을 뿌리치고 십자가의 길을 가야 합니다.

   우리가 주님의 뒤를 따라 가려 할 때 분명 세상은 우리에게 온갖 감언이설로 유혹할 것입니다. 바른 길을 가는 것은 우리 시대에 어리석은 삶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고 적당히 불의와도 타협해도 된다고 말입니다. 우리의 생각에 그럴 듯하게 우리의 귀에 속삭일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귀에 담아 두어야 합니다. 주님의 제자는 세상의 방법을 따라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뒤를 따라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말입니다.

   여러분, 기억하십시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십자가의 길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십자가의 길을 가신 것처럼, 우리도 기꺼이 십자가의 길을 가야 합니다. 우리 인간의 눈으로 볼 때는 그 십자가 고난의 길을 간다는 것이 힘들고 고달플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 승리의 길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세상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믿음을 고집하고 십자가의 길을 간다는 것이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에 주님이 동행하시고, 주님과 함께 걷는 그 길이 형통의 길입니다. 그리고 그 길에 세상이 알지 못하는 기쁨,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이 있습니다.

< 2018년 2월 18일 주일낮예배-사순절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