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시는 주님

< 본문 - 요한복음 2:23-25 >

  여러분, 라스푸틴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들어보셨습니까? 라스푸틴은 제정 러시아 말기에 살았던 파계 수도사의 이름입니다.<사진1> 그의 본래 이름은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노비흐(Grigori Yefimovich Novykh)인데, 학창시절부터 워낙 학습태도가 불향하고 방탕한 생활을 한 탓에 주변 사람들이 ‘방탕한 사람’이라는 뜻의 ‘라스푸틴’(Rasputin)이라고 부른 것이 그의 이름으로 고착되었습니다. 그는 1869년 시베리아의 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8세 때부터 약 15년 동안이나 떠돌이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03년 제정 러시아의 수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나타나, 혈우병으로 고생하는 황태자를 기도요법으로 병세를 완화시킴으로 황실의 신임을 얻고 귀족 대우를 받게 됩니다. 의사도 포기한 황태자의 생명을 살려주었으니 그가 황제와 황실의 총애를 받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황제는 라스푸틴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들어주었고, 라스푸틴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러시아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습니다. 특별히 극심한 신경쇠약에 시달리던 황후 알렉산드라는 라스푸틴 없이는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자 황제 니콜라이 2세를 사실상 허수아비로 만들고 자신이 정치에 개입하여 폭정을 일삼게 됩니다. 그는 러시아 농민들에게 생계조차 어려울 만큼 가혹한 세금을 거둬들여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웠고, 이에 항의하는 농민들에게 무차별 총탄을 퍼부어 500-600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 때 그가 서민들에게 부과한 세율이 무려 90%나 되었다고 합니다. 황후의 신뢰를 배경으로 내정, 외교, 종교에까지 간섭했습니다. 성직을 임명하는 일부터 각료를 선출하는 문제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위 ‘러시아판 국정농단’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는 황제의 가족들 앞에서는 겸손하고 신성한 농부처럼 행세했지만, 궁정 밖에서는 예전과 다름없는 방탕한 삶을 살았습니다. 자신과 육체적으로 접촉을 하면 정화와 치료의 효과가 있다고 설교하면서 많은 여성들을 유혹했고, 러시아 귀족들도 거기에 빠져들어갔습니다. 라스푸틴의 그런 행실에 대해서 누군가가 니콜라이 황제에게 귀띔을 해주면 황제는 오히려 라스푸틴을 비난한 사람들을 러시아의 오지로 좌천시켜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1915년 황제 니콜라이 2세가 제1차 세계대전에 직접 참전하게 되면서 러시아는 완전히 라스푸틴의 천하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러시아의 일반 농민들은 물론이거니와 귀족들까지도 황제에게 등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그런 상황에 이르자 라스푸틴을 그대로 놔두었다가는 러시아 내에 반란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한 사람들이 라스푸틴을 제거하기로 모의했습니다. 그리고는 1916년 12월 16일 밤 라스푸틴을 한 잔치에 초대해서는 청산가리가 든 포도주를 마시게 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그 독약을 마시면 5초 이내에 숨을 거둔다고 하는데, 라스푸틴은 그 독약이 든 포도주를 마시고도 2시간이 넘도록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다고 합니다. 첫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번에는 그에게 총을 쏘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4발의 총탄을 맞고도 죽지 않고 도망치려 했습니다. 그러자 도망가던 그를 붙잡아 묶어 네바 강의 얼음구덩이에 빠뜨려 죽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라스푸틴이 제거된 후 불과 몇 주 지나지 않아서 제정러시아는 혁명에 의해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와 황후 알렉산드라는 한 사람 라스푸틴을 너무 신뢰함으로 200여 년 동안 지속되었던 러시아 제국을 몰락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라스푸틴 한 사람으로 인해 제정 러시아가 몰락한 것은 아니겠지만, 제정 러시아의 몰락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야 하고, 누군가를 신뢰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것은 아주 분명한 사실입니다. 누군가를 신뢰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아침 교회에서 오기 전에 아침밥을 먹고 교회 올 수 있었던 것도 서로를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아내가 밥이나 국에 독약을 탔을지도 몰라.’ 그렇게 의심이 들었다면 아침 식사가 맛있게 차려져 있어도 식사를 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내 아내는 결코 그럴 사람이 아니야.’라고 의심하지 않고 먹었기 때문에 아침식사를 하고 교회에 올 수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오다가 운전기사가 갑자기 차를 천주천에 처박으면 어떻게 하지?’라고 의심이 들었다면 버스를 타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늘도 안전하게 교회 근처까지 데려다 줄 거야.’ 그렇게 신뢰했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하도 하지 않고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교회에 걸어오는데 지나가는 누군가가 갑자기 칼을 꺼내 나를 해코지 하지 않을까?’ 하고 의심했다면 오다가 만나는 사람이 두려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평안한 마음으로 교회에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르는 사람이지만 나를 죽이진 않을 것이라고 그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신뢰해야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 우리가 믿었던 사람, 신뢰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아픔을 겪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사랑해야 할 대상이지 믿음의 대상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너무 믿었다가 배신당하는 아픔을 겪지 말라는 충고입니다.

  오늘 본문 24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예수는 그의 몸을 그들에게 의탁하지 아니하셨으니 이는 친히 모든 사람을 아심이요.” 여기서 말하는 그들은 23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표적을 보고 예수의 이름을 믿은 사람들’입니다. ‘표적’이라는 단어는 ‘이적’이라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기적이라는 말과 표적이나 이적이라는 말은 그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요한복음 2:1절 이하에는 예수님께서 갈릴리 가나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는 기적을 행하신 일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적을 일으키신 후에 성경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예수께서 이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었더라.”(요한복음 2:11)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일을 기적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표적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기적이라는 말은 인간의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일을 말한다면, ‘표적’이라는 말은 그 일어난 기적을 통해서 분명한 의미가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것은 기적입니다. 그런데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것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심이 보여지는 것을 표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요한복음 2:11절에서는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그 모습을 보고 제자들이 예수님을 믿었기 때문에 그것을 표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전이해를 가지고 오늘 본문을 이해하면 됩니다. 오늘 본문은 성경 기록상 예수님께서 공생애 기간 중 처음 예루살렘에 올라가셨을 때의 일을 기록한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때 예루살렘에서 어떤 기적을 행하셨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적을 행하셨고, 그 기적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메시아이시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시자 사람들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예수님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은 그 사람들에게 자신의 몸을 의탁하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의 몸을 의탁하지 않으셨다는 말씀은 그들을 믿지 않으셨다는 뜻입니다. 사람을 믿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믿음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아셨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믿음을 가졌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믿음이 온전한 믿음이 아닙니다. 그 믿음이 영원한 것도 아니란 말씀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분명 성경은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기적을 보고서 그들이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믿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예수님은 당신을 믿은 그 사람들을 믿어주지 않으신 것입니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들의 그 믿음이 기적에 바탕은 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많은 사람이 그의 행하시는 표적을 보고 그의 이름을 믿었다.’고 말입니다. 기적을 보고 예수를 믿었다는 뜻입니다. 기적을 보고 예수님을 믿은 것도 참 대단한 것이긴 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놀라운 기적을 행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믿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죽은 자를 살리시고, 눈 먼 자를 고쳐 보게 하시고, 38년 된 병자를 고치시고, 나병에 걸린 사람을 깨끗케 하시고...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그 기적들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능력이 아니고는 일어날 수 없는 기적들이 행하셨는데도 그런 예수님을 믿지 않은 사람들도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행하신 그 기적을 보고 예수님을 믿었다면 그들은 참으로 훌륭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그들을 신뢰하지 않으셨습니다. 왜요? 기적을 근거로 만들어진 믿음은 사상누각(砂上樓閣)과 같기 때문입니다. 기적을 통해 가져진 믿음은 또 다른 기적을 요구합니다. 다른 기적, 더 크고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 믿음은 곧 회의에 빠지고 맙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곳에서는 믿음을 가지지 못합니다.

   우리의 신앙은 기적에 기초한 신앙이 아니라 말씀에 기초한 신앙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온전한 신앙으로 자라갑니다. 말씀에 기초한 신앙이어야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곳에서도 믿음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따라다니던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실 때에는 예수님을 따라다니지만,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지 않으실 때에는 주저하지 않고 예수님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요한복음 6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것은 분명 기적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이 아니시고는 행하실 수 없는 기적입니다. 그 기적을 본 사람들은 모두가 예수님을 메시아라고 인정했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그 사람들이 예수께서 행하신 이 표적을 보고 말하되 이는 참으로 세상에 오실 그 선지자라 하더라.”(요한복음 6:14) 오병이어의 기적을 본 사람들이 모두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했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님을 자기들의 왕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원하지 않으시는데도 억지로 예수님을 왕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그런데요, 그 이튿날 다시 모인 그들에게 예수님께서 말씀을 가르쳐 주십니다. ‘내가 곧 생명의 떡이라.’ 그러시면서 하늘나라의 진리를 말씀으로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러자 어떤 일이 벌어진 지 아십니까?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 때부터 그의 제자 중에서 많은 사람이 떠나가고 다시 그와 함께 다니지 아니하더라.”(요한복음 6:66) 오병이어의 기적을 본 사람들이 그 다음날도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예수님을 메시아라고 인정하고 메시아에게 찾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에는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지 않으시고 말씀을 가르쳐주십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어제와 같이 예수님께서 기적 같은 방법으로 떡을 만들어 주시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떡을 만들어주시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기 힘든 말씀만 하십니다. ‘자신이 생명의 떡’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떡을 만들어주실 생각도 안 하십니다. 그러자 예수님의 제자라고 했던 사람들조차도 다 예수님 곁을 떠나가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예수님과 함께 다니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예수님을 버린 것입니다. 한 때 ‘예수님의 제자’라고 했던 사람들이 말입니다.

  어디 그 때 뿐입니까?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실 때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환영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시기 바로 전에 하신 일이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것입니다.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일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게 되었습니다. 그 일로 인해서 대제사장들이 나사로까지 죽이려고 했습니다. 예수님을 죽이려고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나사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게 되니까 나사로까지 죽이려고 한 것입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니까 사람들은 그 예수님이 메시아가 분명하다고 생각해서 예수님을 환영했습니다.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 곧 이스라엘의 왕이여!’(요한복음 12:13)라고 소리치며 환영했습니다. 여러분, 그 열기를 상상해 보십시다. 예루살렘 성이 떠나갈 듯 환호성을 지릅니다. 정말 열광적으로 예수님을 환영했습니다. 메시아를 맞이하듯 말입니다. 그런데 며칠 후에 어떻게 변했습니까? ‘호산나!’를 외치며 환영하던 그들이 예수님을 죽이라고 소리칩니다. 메시아라고 환호하던 그들이 예수님을 향하여 ‘그는 행악자’(요한복음 18:30)라고, ‘예수님 대신에 차라리 강도 바라바를 놓아 달라.’(요한복음 18:40)고 아우성을 칩니다. 로마 총독 빌라도가 예수님을 풀어주려고 하자 오히려 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한다.’고 소리쳤습니다.(누가복음 23:21)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변할 수 있습니까? ‘호산나’를 외치던 날로부터 불과 4일 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다윗의 자손’이라고, ‘메시아’라고 외치던 날로부터 불과 4일 밖에 지나지 않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친 것입니다.

  여러분, 그게 우리 인간의 모습입니다. 그렇게 순간순간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인간이기에 예수님께서 그런 인간에게 자신을 맡기실 수 없으셨던 것입니다. 아니 그들의 그 믿음을 신뢰할 수 없으셨던 것입니다.

   지금은 주님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예수님을 떠났던 제자들입니다. 호산나를 외치며 환호했으면서도 불과 나흘도 지나지 않아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친 사람들입니다. 아무리 그들이 예수님을 믿는다 하더라도 그 믿음이 온전하지 않는 한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예수님께서 아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인간을 신뢰하지 않으셨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너무나도 몰라서 그런 것입니까? 아닙니다. 예수님을 3년 동안이나 따라다녔던 베드로를 생각해 보십시다. 예수님께서 가이사랴 빌립보로 가시던 길에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물으셨고, 그 질문에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태복음 16:16) 그런 멋진 고백으로 주님께 칭찬받은 베드로인데 곧 이어서 예수님께서 고난 받고 죽임 당하셔야 한다는 사실을 말씀하실 때에는 예수님께 ‘절대로 그리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런 생각 해서는 안 된다’고 예수님을 책망했습니다. 그로 인해서 베드로는 예수님께 책망을 받습니다. ‘사탄아 물러가라!’고 말입니다.

   그 베드로가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을 나누신 후에 제자들에게 ‘너희가 나를 다 버릴 것’이라고 말씀하실 때 뭐라고 했습니까? ‘다른 사람 모두 주님을 버릴지라도 나는 결코 주님을 버리지 않겠노라.’고 호언장담했습니다. ‘주님과 함께 죽을지언정 주님을 부인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맹세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습니까? ‘주님을 버리지도 않을 것이고 주님과 함께 죽을지언정 주님을 모른다고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던 그 베드로가 불과 몇 시간 후 대제사장의 여종 앞에서 세 번씩이나 주님을 부인하고 말았습니다. 예수님의 수제자라고 하는 그 베드로가 말입니다.

  여러분, 그것이 어찌 베드로만의 이야기이겠습니까? 믿음을 가지고 산다고 하는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주님의 은혜를 받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우리도 주님의 은혜를 잊어버린 채 살던 적이 너무 많지 않습니까? 결코 믿음을 버리지 않을 것처럼 다짐하고 또 다짐하던 우리도 믿음 없는 모습으로 살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때로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기뻐하다가도 작은 장애물 앞에서 금방 풀이 죽고, 어떤 시련 앞에서도 당당할 것 같다가도 작은 유혹 앞에서 쓰러지고 마는 우리들 아닙니까?

   그렇게 나약한 우리들인데, 그런 우리를 주님께서 신뢰하신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오늘 말씀에서처럼 당신을 믿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몸을 의탁하지 않으셨다는 말씀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신뢰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때로는 넘어지고 쓰러질 수밖에 없는 연약한 우리이기에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 사랑으로 쓰러진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시고, 넘어져 허우적거리는 우리를 품어 주십니다. 믿음으로 사는 신앙인라고 말하면서도 믿음 없는 모습으로 살다가 세상에서 상처받고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 흘리는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의 상한 심령을 어루만져 주십니다. 우리가 결코 쓰러지지 않을 강한 사람이라고 믿으셨다면 그렇게 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우리가 좋은 믿음의 사람이기에 세상의 풍파 가운데서도 결코 상처입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셨다면 우리가 상처받았을 때 우리를 어루만져 주시는 대신에 ‘너 그것 밖에 안 되는 놈이었느냐?’고 책망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주님은 우리를 너무나도 잘 아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믿음을 가졌다고 하더라고 쓰러질 수 있는 존재이고, 우리가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너무나도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잘 아십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결코 우리가 그렇게 당당하게 살지 못하는 존재라는 사실도 너무 잘 아십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참 믿음 좋은 사람인 체 할지라도 ‘우리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에 의해서 자꾸만 죄 아래로 팔려가는 연약한 존재임도 잘 아십니다. 오늘 본문 25절에서 말씀합니다. “이는 그가 친히 사람의 속에 있는 것을 아셨음이니라.” 그렇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내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시고 아십니다. 겉은 경건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안에 여전히 죄악된 생각을 품고 사는 존재라는 것도 아시고, 열심히 기도하지만, 삶에서는 주님을 의지하지 않고 여전히 우리 인간적 생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존재라는 것도 아십니다. 선한 양심을 따라 살려고 몸부림치지만 선한 열매를 맺지 못할 정도로 허약한 존재임도 잘 아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바라볼 때에는 남부럽지 않게 살고 걱정할 것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얼마나 많은 걱정과 염려 가운데 살고 있는지도 잘 아십니다. 행복하게 보이기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그런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안에 늘 불안하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걱정거리로 인해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며 살고 있음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런 우리들임을 잘 아시기에 주님은 오늘도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가 그런 연약한 존재임을 잘 아시기에 주님께서는 오늘도 우리를 당신의 능력의 손에 붙들어 주십니다. 세상의 염려와 걱정 때문에 때론 잠을 못 이루고, 때로는 무언가를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는 우리를 사랑하셔서 십자가 그늘 아래서 안식하도록 우리를 품어 주십니다. 우리가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다가 낙심하고 좌절할지라도 책망하지 않으시고 우리 곁에 다가오셔서 다시금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주십니다. 우리의 연역함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선을 행하다가 낙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우리는 금새 낙망하며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럴지라도 우리를 찾아오셔서 위로해 주시고 다시금 믿음의 길을 달려가도록 우리를 격려해 주십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말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며 살아야 할 우리들이 세상의 이익 앞에 흔들리며 세상을 좇아 살다가 움켜쥐려 했던 것까지 모두 잃어버릴지라도 우리를 꾸짖지 않으시고 우리의 삶에 필요한 것들을 은혜로 공급해 주십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여러분, 우리의 마음을 아시는 주님은 우리에게 사랑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우리의 마음을 아신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없는 축복입니다. 우리를 너무나도 잘 아시는 주님께서 오늘도 연약한 우리를 사랑하시고, 품어주시고, 인도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 2018년 3월 11일 주일낮예배 >